美 갈루치 “北 위성발사는 ICBM 대체실험… 러시아 기술 북한 거쳐 이란으로”[인터뷰]

입력
2024.05.3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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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주역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특사 한국일보 인터뷰 
“김정은 체제 이후 북한 핵 위협 상당히 진화”


1994년 '제네바 합의'의 주역인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특사가 "북한의 핵 위협이 김정은 체제 이후 상당히 진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시도에 대해선 "사실상의 장거리탄도미사일(ICBM) 대체실험으로 봐야 한다"고 우려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28일 연세대에서 한국일보·코리아타임스와 공동 인터뷰를 갖고 "올해 들어 북한이 발표한 성명들은 상당히 공격적이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북핵의 위협 수위가 고조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모든 단거리, 중거리 및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험하면서 정확성과 신뢰성, 정교함까지 향상시켰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빌 클린턴 정부의 수석대표로서 북한과 협상을 주도하고 제네바 합의를 끌어냈다.

갈루치 전 특보는 또 "남북 간 대화 교착상태가 커지고 북한의 위협 수준이 높아졌다"며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선언적 태도를 보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분석"이라고 지적했다. 남북이 연락채널이 끊긴 지 이미 1년이 넘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반도에서 "적대적인 두 개 국가" 존재를 선언한 뒤 경중을 가리지 않는 도발을 잇달아 감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러북 기술협력에 “민감 기술 이전은 없을 거라 약속”


갈루치 전 특보는 북한이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우리는 50~100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와 상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 1월 내셔널 인터레스트 기고에서도 "올해 동북아에서 핵전쟁이 터질 수 있다는 생각은 품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갈수록 밀착하는 북러 관계에 대해 "러시아의 기본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은 북한 '노동' 미사일의 기초가 됐고, (북한의 미사일은) 이란과 파키스탄 등에 넘어갔다"며 "이는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그 너머로 가는 기술 이전 경로"라고 짚었다. 다만 "전부 믿을 수는 없지만 러시아는 '북한에 (핵 무기 개발 등) 민감한 기술을 이전하는 일에 연루되는 등 나쁜 짓이나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겠다'고 우리 동료들에게 약속했다"고 전했다.

“한중일 정상회담, 북한과 대화의 시작일 수도”

갈루치 전 특사는 최근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중국이 적극 나서준다면 북한과 대화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고 봤다. 그는 "중국을 제외한 동북아 모든 국가에 대한 위협을 강조하려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한국과 일본이 중국 측에 북한 핵개발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을 요구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평양(북한)과 모스크바(러시아) 사이에 새로운 관계가 형성됐고, 이는 중국을 걱정하게 할 수도 있다"면서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기에 우리는 중국이 자신들의 영향력을 이용해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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