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유튜브 방송에서 진돗개에게 입마개를 강요하는 영상을 게재해 논란이 됐다. 방송은 ‘펫티켓’을 잘 지키는 사람을 찾는다면서 촬영한 반려견 중 유독 입마개를 착용하지 않은 진돗개만 반복해서 지적했다. 진돗개는 동물보호법이 정한 입마개 의무 대상 견종이 아니다. 반면 보호자가 소형견의 목줄을 놓고 산책하는 장면에서는 누구도 문제삼지 않았다. 동물보호법 상 공공장소에서 2미터 이하의 목줄을 잡는 안전조치를 하지 않으면 5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프로그램 진행자는 ‘진돗개는 법적으로 입마개를 안 해도 괜찮지만 다른 사람들이 위협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입마개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만일 개가 공격적인 성향을 보인 이력이 있다면 개의 크기와 품종을 불문하고 입마개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입마개뿐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교정하는 것이 보호자의 책임이다. 그러나 2m 이내의 목줄 등 법으로 정한 안전장치를 하고,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이 ‘위협감을 느낄 수 있다’는 입마개를 착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특히 보더콜리, 사모예드 등 비슷한 크기의 다른 품종의 개는 괜찮고 유독 진돗개만 문제삼는 태도는 과연 우리 ‘반려문화’가 괜찮은지 돌아보게 한다.
반려동물과 관련해 가장 심각한 사회적 문제는 유기동물 문제일 것이다. 2022년 기준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동물보호센터에 입소한 동물의 숫자는 총 11만3,400마리였다. 이 중 입양된 동물의 비율은 27.5%에 불과하다. 10일의 공고기간 동안 동물 소유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되는데, 전국 동물보호센터에는 ‘안락사를 하지 말라’는 민원이 빗발친다.
모든 동물보호센터는 정해진 개체 수를 수용하도록 설계되었고, 신고되는 유기동물은 의무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그런데 동물은 끊임없이 들어오고 입양하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안락사 없이 운영하는 원칙은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원칙이다. 그런데 입소하는 개 10마리 중 8마리는 비품종견이고, 이중 상당수가 진돗개 혼종견, 이른바 ‘진도믹스’다. 지역에 따라 입소 동물의 대부분이 진도믹스인 보호소도 많다. 대부분의 동물보호센터에서 진도믹스 강아지는 어리고 건강하더라도 ‘얼마나 클지 모른다’는 이유로 입양율이 가장 낮다고 한다. 반면 소형 품종견은 다른 시·도에서도 원정 입양을 시도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보호소의 진돗개도 사정은 다르지 않아,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 해외로 입양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쯤 되면 ‘우리말 살리기’ 운동처럼 ‘우리 개 살리기’ 운동이 필요한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보호소나 열악한 상황에서 구조한 진돗개를 입양하는 보호자들이 늘고 있는 현상은 다행스럽다. 특정 외모와 크기를 얻기 위해 개량, 육종된 품종견을 사려고 펫숍을 찾는 사람들보다 이런 반려동물 양육자들이 많아져야 ‘강아지 공장’이 없어지고, 동물보호센터는 안락사율을 줄이고 동물복지 수준을 개선할 수 있다.
그런데 소형견, 품종견만 반려견이고 진돗개는 ‘위협적인 개’로 취급하는 사회에서 입양자들이 겪는 어려움이 적지 않다. 목줄과 동물등록, 인식표를 하고 펫티켓을 지키며 산책하는 중에도 입마개를 하지 않았다고 시비에 휘말리기 일쑤다. 진돗개만 콕 찝어 입장을 금지하는 반려동물 영업장도 있고, 공공시설에 진돗개 입마개 안내문이 붙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러나 이런 편견과 달리 진돗개가 공격성이 높다는 과학적 근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진돗개가 다른 품종에 비해 개물림 사고가 독보적으로 높다는 통계자료도 없다. 오히려 개물림 사건을 많이 일으키는 품종은 그 시기에 가장 인기 있는 품종이라는 연구 결과가 존재할 정도다. 그렇다면 지금의 ‘진도포비아’는 사실상 과학적인 근거 없이 일부의 편견 속에서 만들어졌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정부는 입양율을 높이기 위해 동물보호센터에서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사람들에게 15만원에서 25만원까지의 입양지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진돗개는 ‘누가 어떻게 기르던 입마개를 해야 할 정도로 사나운 개’라는 오해가 만연해 평소 편하게 목줄을 하고 산책하기도 어렵다. 이런 편견이 계속된다면 지금보다 몇 배의 입양 지원금을 지급한다고 해도 보호소에서 안락사되는 동물 숫자는 줄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진돗개가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길러지는지부터 돌아보았으면 좋겠다. 마당 한 켠이나 공장, 심지어 인적이 없는 밭 한가운데 묶여 살면서 사람과 친할 기회라고는 한 번도 주어지지 않는 개. 태어난 새끼를 돌볼 사람이 없는데도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고, 길에서 배회해도 아무도 찾지 않는 개. 버린 주인도 없는데 ‘유기동물’로 포획되는 개도 진돗개다. 사람에 대한 좋은 경험이라고는 없는데, ‘경계심이 높다’며 보호소 안락사 1순위가 되는 개도 진돗개다. 이제는 몇 년 후면 자취를 감추겠지만, 식용개 농장에서 가장쉽게 볼 수 있는 품종 중 하나도 진돗개다. 밖에서 태어나 산으로 들어가면 들개로 낙인찍혀 포획 대상이 되는 개도 진돗개다.
소위 ‘천사견’이라고 불리는 리트리버를 이런 방식으로 기른다고 상상해보자. 과연 천사로 남아있겠는가. 진돗개를 두려워하는 일부 인식에 편승해 꼬리표를 붙일 것이 아니라 경계심과 공격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방법으로 개를 기르는 관행부터 개선해야 한다. 아직도 우리 동물보호법은 동물 소유자가 동물에게 사료와 물, 집, 수의학적 치료 등 기초적인 돌봄을 제공하는 것도 의무화하고 있지 않다.
과학적 근거도 없이 특정 견종에게 입마개를 강요한다고 ‘개물림 사고’로부터 안전한 사회가 되지 않는다. ‘보호자로서의 최소한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사람은 애초에 개를 기르지 못하는 사회’가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안전한 사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