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당대표 대선 출마 시 선거일 1년 전 사퇴'를 규정한 당헌을 개정할 계획이다. 이재명 대표의 연임은 물론이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이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마련했던 부정부패 연루자 직무 정지도 폐지할 방침이다. 당내에서는 총선 압승으로 강화된 '이재명당'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30일 의원들에게 배포한 당헌당규 개정안에 따르면, 당대표와 최고위원이 대선 출마 시 선거일 1년 전 사퇴하도록 규정한 현행 당헌이 사실상 폐기된다. '지방선거 등 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사퇴 시한을 미룰 수 있도록' 정하면서다. 당헌당규개정TF(태스크포스) 단장인 장경태 최고위원은 이날 의원총회 후 취재진과 만나 "그간 민주당 당헌당규에 대선 출마 관련 예외규정이 없었다"며 "국민의힘 당헌당규를 차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이 확정되면 이 대표 연임의 마지막 걸림돌은 사라지게 된다. 이 대표의 2년 임기는 올 8월까지인데, 연임할 경우 임기가 2026년 8월로 늘어난다. 하지만 현행 규정에 따르면 차기 당대표가 2027년 3월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선 1년 전인 2026년 3월까지 물러나야 한다. 이 부분이 이 대표 연임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반면 2026년 6월 지방선거라는 특수한 상황을 당대표 임기의 예외조항으로 당헌당규에 반영한다면 이 대표는 지방선거 전에 물러날 필요가 없다. 당대표 직함을 유지한 채 온전히 지방선거를 치르고 대선에 도전하면 된다. 민주당 측은 "당대표 사퇴시한과 전국 단위의 선거일정이 맞물릴 경우에 당내 혼선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라고 개정 필요성을 밝혔다.
여기에 윤 대통령 탄핵 가능성도 감안했다. 당대표 임기를 연장하는 상당한 사유로 '대통령 궐위'가 새로 포함됐다. 당 관계자는 "현행 당헌은 대통령 궐위나 대선 일정 변동 등 국가적 비상상황 발생에 대해 규정을 하고 있지 않다"며 "미비 규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내세웠던 책임정치 관련 규정도 대폭 없앤다. '부정부패 연루자 기소 즉시 직무정지' 조항을 폐지해 달라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앞서 2022년에도 당원 5만 명 이상이 이 규정을 변경·삭제해야 한다는 청원에 동의한 바 있다. 민주당 측은 "해당 규정은 깨끗한 정치를 향한 국민적인 요구를 수용하는 차원에서 제정되었다"면서도 "정치검찰 독재정권하에서 부합하지 않다는 당내·외 여론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대표 당시 마련한 '민주당 귀책 재보궐선거시 무공천' 규정도 덩달아 사라질 운명이다. 민주당은 2021년 당소속 서울·부산시장의 성비위에 따른 궐위로 치러진 재보궐 선거 당시 해당 규정을 무시하고서 후보를 내 물의를 빚었다. 민주당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에 따른 재보궐 선거가 아닌데도 공천 및 선거 과정에서 끊임없이 불필요한 비판에 놓이는 현실을 타개할 필요가 있다"고 배경을 전했다.
이처럼 큰 폭의 당헌 개정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민주당 중진의원은 "국민들에게 개혁입법 의지를 보여야 할 22대 국회 첫날에 굳이 당헌당규 개정을 꺼냈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향후 의원총회에서 당헌당규 관련 토론과 숙의를 거친 뒤 이 대표가 참여하는 의원 간담회를 통해 추가로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