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우유 생산비가 상승하면서 우윳값이 오를 공산이 커졌다. 지난해 원윳값이 뛰어 유제품·유가공식품 가격도 급등하는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이 일어난 만큼, 정부는 고물가와 수급 상황을 반영해 인상폭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아울러 젖소 농가 순수익은 증가한 반면, 가격이 떨어진 한우 농가는 팔 때마다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2023년 축산물 생산비 조사'를 보면, 지난해 리터(L)당 우유 생산비는 1,003원으로 1년 전에 비해 44원(4.6%) 증가했다. 사료비와 자가노동비 등이 상승한 탓이다. 2022년 959원으로 전년 대비 13.7% 뛴 데 비하면 폭은 좁아졌으나, 이미 한 차례 크게 오른 상황에 추가 인상 유인이 생겨 물가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유 생산비가 4% 이상 오르면, 유업계와 낙농가로 구성된 낙농진흥회가 생산비 증가액의 최대 70% 범위 내에서 원윳값을 협상해 8월부터 시행하게 된다. 지난해 음용유 원유 가격은 8.84% 올린 L당 1,084원으로 합의돼 역대 최초로 1,000원을 넘어섰다. 이에 우윳값도 9.9% 올랐다. 낙농진흥회 관계자는 "생산비가 오른 이상 인상을 전제로 협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협상 당사자는 아니나 높은 물가 상황과 원유 공급에 비해 우유 소비량이 줄어들고 있는 점 등을 반영, 최대한 가격 상승을 자제하는 방향으로 협조를 구한다는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사료비 증가폭이 크지 않아 이번 원윳값 인상폭은 0~26원 범위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가격 동결 또는 최소폭 인상을 할 수 있도록 중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축산 농가 희비도 엇갈렸다. 한우 가격 하락으로 고기 생산을 위해 기르는 한우 비육우 마리당 순손실은 142만6,000원으로 전년 대비 106.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번식우는 127만6,000원으로 211.9%, 육우는 202만 원으로 44.7% 순손실이 커졌다. 비육돈(-60.1%), 산란계(-33.4%), 육계(-38.8%) 순수익이 모두 줄어든 반면, 원윳값과 함께 젖소(13.2%)만 반대 양상을 보였다.
특히 한우 농가는 공급 과잉으로 도매가가 낮아져 어려움을 겪게 된 영향이 크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한우 수급안정대책 시행, 생산자 지원 경영안정자금 투입, 반값 할인 행사를 통한 소비 촉진 노력 등을 해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암소 감축 등으로 사육 마리 수가 줄고 있어 내년부터는 도매 가격이 안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