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고전하는 우크라이나에 더 힘을 실어주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구 국가가 지원한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미국 뉴욕타임스, CNN방송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회담한 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는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군사기지를 무력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군사 시설'로 한정해 러시아 영토 공격을 허용하자는 뜻이다. 그간 미국 등 서방 국가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면서도 확전을 우려해 러시아 영토는 공격하지 못하도록 막아왔다. 프랑스가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장거리 순항 미사일 스칼프(SCALP)도 사거리가 약 155㎞로 제한돼 있다.
러시아 본토 타격론은 지난 2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부 장관이 언급한 뒤 최근 급속도로 확산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24일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무기 사용에 대한 제한을 일부 해제해야 할지 숙고할 시간"이라고 말했고, 나흘 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나를 겨냥하는 사람에게 보복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호응했다. 27일 불가리아에서 열린 나토 의회연맹 춘계총회에서는 관련 선언문이 채택되기도 했다. 다만 이탈리아 등 EU 내 반대 의견도 상당하고, 무엇보다 미국이 입장 변화를 주저하고 있다.
지난 2월 마크롱 대통령이 꺼냈다 호응을 얻지 못해 사그라들었던 '우크라이나 파병론'도 다시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27일 "우크라이나는 프랑스 및 기타 국가와 외국인 교관 파병 가능성에 대해 계속 논의 중이고, 관련 결정이 내려졌을 때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자 내부적으로 서류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폴란드와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 동유럽 국가들이 특히 우크라이나 파병에 긍정적 의사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체코 이니셔티브'에 따른 포탄 지원도 며칠 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체코 이니셔티브는 '80만 발(155㎜ 50만 발·122㎜ 30만 발)의 포탄을 유럽 역내가 아닌 역외에서 조달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다'는 내용으로, 15개국이 참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의 양자 안보 협정 체결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28일 벨기에·포르투갈이 협정을 체결하며 우크라이나와 협정을 맺은 서방 국가는 12개가 됐다. 벨기에는 '2028년까지 F-16 전투기 30대 제공'도 약속했다.
서방의 최근 움직임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노골적 경고를 했다. 28일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본토 타격론에 대해 "심각한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위협하고, 유럽 파병론에 대해서도 "파병군은 러시아의 합법적 표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