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난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요즘입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올해 딱 이맘때쯤 미국이 정책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어요. 하지만 물가가 예상보다 끈적끈적 더디게 내려오면서 금리 인하 시점은 안갯속에 갇혀 버렸습니다. 각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와중에 국내 증시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며 소외돼 있죠. 중동 내 전쟁 공포가 재점화할 가능성도 남아있습니다.
혼란스러울 땐 전문가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입니다. 하반기 진입 문턱에서 국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을 대표하는 프라이빗뱅커(PB)에게 포트폴리오 배분을 의뢰해 봤습니다. 가용자금은 5,000만 원. 공격투자형·안정추구형 등 투자자 성향에 따로 제약을 두지 않고, "나라면 이렇게 투자하겠다"는 식의 자유로운 의견을 구했어요. 남은 반년 재테크 계획 수립에 참고하되, 모든 투자는 개인의 선택이고 손실 위험이 있다는 점 잊지 마세요!
하반기에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정책금리를 인하할까요. '네' '아니오'로 말하자면 전자에 힘이 실립니다. 미국 연방기금(FF) 선물시장의 금리 기대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상으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는 현 수준의 금리(5.25~5.5%)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50%보다 살짝 높아요. 하지만 점점 역전돼 11, 12월엔 지금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더 우세하게 나타났습니다.
4대 은행 PB도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은 유효하다고 봅니다. 금리가 떨어질 때 가격이 올라 자본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채권 투자를 이야기한 이유죠. 다만 불확실성이 큰 현시점에선 단기채 비중을 높게 설정하라는 조언이 많았습니다. 돌발 변수에 적기 대응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두라는 겁니다.
전인희 신한은행 PWM 분당센터 팀장은 "3, 4분기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단기 채권 금리가 빠르게 하향 안정화하고 채권 가격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해외 우량 단기 채권에 2,000만 원(40%)을 최우선 배분하겠다고 했어요. 국내 장기국채는 10% 정도만 갖고 있다가 시장 흐름을 보며 차차 40%까지 늘려가기를 추천했습니다. 이때 활용할 수 있도록 정기예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 등 초단기 채권형 상품 형태로 현금성 자산 30%를 남겨두라면서요.
정선미 KB골드앤와이즈 더퍼스트 반포센터 PB팀장은 "단기 채권과 장기 채권을 같이 보유하는 '바벨 전략'으로 접근해 보자"며 하반기 국내 단기 채권과 미국 국채 분할 매수에 각각 1,000만 원씩 40%를 넣겠다고 답했습니다. 안전한 단기 채권으로 단기 금리 변동성에 대응하면서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시기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기 채권에도 동시에 투자하라는 이야기입니다. 금리가 1%포인트 내릴 때 만기 1년 채권 가격은 약 1% 오르지만 10년 채권은 10%, 20년 채권은 20% 정도 껑충 오르거든요. 또 "현재의 고금리를 장기간 누릴 수 있는 고금리 확정금리형 저축보험을 활용하면 만기에 만족스러운 수익률을 안길 것"이라며 1,000만 원을 배정했습니다.
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박태형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PB팀장은 5,000만 원 중 10%에 해당하는 500만 원 정도만 공모주 채권형 펀드에 넣어 볼 것을 권했습니다. "주로 단기 채권이 편입돼 있어 금리 변동 리스크가 적고, 공모주를 통해 안정적으로 추가 수익을 도모할 수 있는 상품"이라는 설명이에요. 그러면서 투자 회수 기간이 긴 장기 채권은 당분간 아예 피하라고 했어요. 박 팀장은 "연준을 포함한 중앙은행 금리 정책 변화는 매우 신중하고,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일정 기간 지속적으로 펼치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예상해 장기 채권에 편입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며 "금리 인하를 확인하고 시장에 참여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상반기 글로벌 증시가 대체로 상승세를 보인 만큼 주식형 상품에 대한 관심도 계속 가져갈 필요가 있다는 조언입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전 세계 20대 증시 중 14개가 최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지난달 17일 사상 최초로 4만 선을 돌파한 게 대표적이죠.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에 더해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주도주 랠리가 이어지면서 증시 고공행진을 이끌었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코스피는 지난해 연말 종가(2,655.28)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어요.
하반기에도 '빅테크주'와 '배당주'가 키워드로 꼽힙니다. 우리 박 팀장은 구조적 성장이 예상되는 AI, 반도체 산업과 그 밖의 기술주 비중이 높은 상품 위주로 미국 주식형 펀드에 가용자금의 절반을 배정했어요. "이익 성장이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는 연말로 갈수록 가치주 등 다양한 산업군으로 관심을 확대해 보라"는 조언입니다. '유럽 비중이 높은' 글로벌 배당주 펀드에도 20% 편입을 권했어요. 배당주는 변동성이 낮아 안정적이고, 금리 인하 때 수혜를 볼 수 있는데 유럽이 미국보다 한발 앞서 금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죠. 남은 자금 20%는 "비과세 측면에서 국내 주식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고환율·미중 갈등 수혜 산업인 국내 자동차와 밸류업 수혜주인 배당주 상장지수펀드(ETF)에 써 보라고 했습니다.
고정아 하나은행 잠실새내역금융센터 VIP PB팀장은 개별 종목보다 위험 분산에 용이한 ETF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어요. 특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코스피200 등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분할 매수해 가장 큰 비중(40%)으로 가져가기를 추천했습니다. "현재와 같이 전반적 상승세를 유지하는 시장에선 불안한 기준으로 사고팔다 특정 종목에 물리지 말고 지수 ETF를 꾸준히 모아 장기 투자하는 게 좋다"는 판단이에요. 그다음 AI 관련주, 반도체주, 비만치료제 등 시장을 이끌어가는 성장주 ETF에 30% 비중으로 탑승하고, 배당주를 포함한 금리인하 수혜주와 장기 국채 ETF도 미리 매수해 20% 정도 담아 볼 것을 제안했습니다.
국민 정 팀장 의견도 비슷합니다. 성장주를 담은 해외 주식형과 국내 고배당 주식형 상품에 1,000만 원씩 총 40%를 배분했습니다. 채권과 5 대 5 비중을 맞춰 하방 경직성을 키우는 전략이죠. 정 팀장은 "생성형 AI 강세, 견조한 반도체 수요, 글로벌 빅테크 기업 실적은 하반기에도 지속되겠지만, 여전히 저평가 투자 영역이 존재한다"면서 "'고배당 가치주'에 주목해 보자"고 짚었습니다. 신한 전 팀장은 “중국 정부의 부양책 가동이 실물경제 위축을 축소할 것으로 보이고, 미국 금리 인하 땐 위안화 가치가 오르면서 수급이 개선될 것”이라며 상하이와 선전의 주요 종목을 포함한 CSI300지수 ETF 등 중국 주식에 자산 20% 배분을 추천했습니다.
실제 투자 때 주의할 점도 짚어봤어요. 전문가들은 분산 투자와 분할 매수가 기본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국민 정 팀장은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며 "리스크는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지고, 이익 실현도 하면서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포트폴리오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장기 채권은 "금리가 하락하면 수익으로 연결되지만, 변동성이 커져 금리가 올랐을 땐 손실로 이어질 수 있으니 주식처럼 분할 매입할 것"을 권했어요. 신한 전 팀장도 "포트폴리오 편입 시 시차를 두며 분할 매수해 매입 가격 변동성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습니다.
단기간 급등해 적정 가치보다 비싸진 자산은 골라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어요. 하나 고 팀장은 "전체 산업군이 아닌 개별 종목 관점으로 봤을 때 AI는 과대평가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습니다. 올 들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금도 앞으로 전망은 불투명하다는 의견이에요. "금리 하락은 투자가 안전한 피난처에서 더 위험한 자산으로 이동한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어요.
환율과 세금도 간과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 박 팀장은 "당분간 강달러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주식형 펀드나 해외 펀드는 동일한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이라도 환율 변동 위험을 없앤(환헤지) 상품보다 환노출 상품을 추천한다"고 했습니다. 국민 정 팀장은 "상품마다 상이한 과세를 꼼꼼히 챙겨야 한다"면서 "특히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배당과 이자소득 연 2,000만 원 이상)라면 비과세 상품이나 과세이연, 분리과세, 양도소득세 과세 상품으로 과표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