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알바냐"… '갑질 의혹' 전북도 고위 간부 사표 철회 논란

입력
2024.05.29 18:20
6일 만에 돌연 사직서 철회
SNS엔 지역 비하 발언도
도청 게시판엔 비판 목소리
道 "대기발령…감사 착수"

전북특별자치도 2급 간부가 사직서를 냈다가 6일 만에 철회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전북도청 내부에선 "아르바이트도 아니고 간부급 공무원이 손바닥 뒤집듯 사직을 번복하는 것은 직원들을 기만하고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이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9일 전북도 등에 따르면 도 감사위원회는 갑질 의혹이 불거진 간부 A씨에 대한 특정감사에 착수했다. 전북 출신인 A씨는 지난해 개방형 공개 모집을 통해 인사청문회까지 거쳐 선발됐다. A씨는 부서 직원의 연차를 문제 삼아 폭언을 하는 등 갑질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북이 왜 제일 못 사는지 알겠다. 일 좀 해라. 염치없이 거저 가지려 하지 말고'란 지역 비하 글을 올려 논란을 빚었다. 이후 글은 삭제됐다.

A씨는 갑질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21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주무 부서를 통해 엿새 뒤인 27일 돌연 사직 철회서를 냈다. 사직 철회 이유에 대해서는 감사를 통해 갑질 의혹에 대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도는 행정안전부 등 5개 기관의 비위 면직 조회 과정이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해 A씨의 뜻을 받아들여 대기 발령하고, 감사 결과에 따라 징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A씨의 사표 철회 소식이 알려지자 도청 내부 게시판에는 '사직서 철회 진정 사실입니까?'라는 글이 익명으로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저에게는 평생 직장이 누군가에게는 다니고 싶으면 계속 다니고 힘들면 언제라도 당장에 그만둘 수 있는 한낱 아르바이트에 불과했나 보다. 영원히 전북을 향해 소변도 보지 않을 것처럼 명언을 남기셨던 분이 돌아온다니요"라는 내용이 담겼다.

전북 공무원 노조도 성명서를 통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간부들은 도지사 입장에서 보면 일 잘하는 간부일 것"이라며 "직원들을 열심히 쪼아대고 옥죄서 나온 성과물을 잘 포장해서 윗선에 재빨리 보고하는 간부를 유능하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위직은 갈수록 힘들어 하는데 간부들은 '요즘 공무원들 일 안 한다'고 공공연하게 말할 때 힘이 빠지고 의욕이 안 생긴다"며 "단기간 성과 때문에 직원을 몰아붙이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일자 김관영 전북지사는 간부회의에서 "간부 공무원들은 의연하게 업무를 추진하되 지시를 받는 직원들이 같이 해야 할 동료라는 점을 새겨 소통에 신경 써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의 지역 비하 발언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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