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1일 새벽 3시 40분 경기 시흥시 신천동의 사거리 교차로. 지방출장을 갔다가 늦게 귀가하던 정민수(가명·30대)씨는 이곳에서 사람 한 명을 매달고 아찔하게 질주하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목격했다. 위험한 상황임을 직감한 그는 “음주 의심차량이 사람을 매달고 가고 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필사적인 추격전도 벌어졌다. 정씨는 “사람이 다친다. 차 세워”라고 소리치며 자신의 차량으로 SUV 차량의 앞을 가로 막아섰다. 하지만 SUV 차량 운전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500m가량을 그대로 질주했고 이 과정에서 차에 매달려 있던 사람은 결국 도로에 떨어져 굴렀다.
차도에 떨어진 사람은 SUV 차량 운전자 A(50대)씨가 만취상태로 운전하다 후미를 들이받은 쓰레기 수거차량 운전자 B(50대)씨였다. 당시 쓰레기 수거차량은 정차된 상태였다. B씨는 자신의 차량을 추돌한 A씨가 달아나려 하자 이를 막아서다 차량에 매달렸던 것으로 파악됐다.
정씨는 다친 B씨 구호 조치를 위해 동승했던 지인을 내려준 뒤 A씨를 다시 쫓아갔다. A씨가 음주 운전자임을 확신하고,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경적을 울리면서 차를 세우도록 시도했다. 그렇게 시흥에서 인천까지 1시간가량 9㎞를 쫓으며 A씨 차량 위치를 경찰에 실시간으로 알렸다. A씨가 인천 남동구 논현동 막다른 길에서 차를 버리고 도주하자, 정씨도 차량에서 내려 추적을 이어갔다. 결국 A씨는 정씨 신고를 받고 위치를 특정한 경찰에게 현장에서 붙잡혔다.
시흥경찰서는 A씨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및 사고 후 미조치)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김신조 시흥경찰서장은 “용기 있는 행동으로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며 지난달 1일 정씨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 정씨는 “더 큰 사고가 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따라갔다”며 “앞으로도 서로 돕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