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위탁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유실·유기동물을 안락사시킨 뒤 자연사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부산은 보호소 내 유기동물 자연사 비율이 전국 평균 27%(지난해 기준)보다 2배 이상 높은 약 60%로 전국 1위다.
28일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에 따르면 단체는 전국 유기동물 실태조사 도중 부산의 유실·유기동물 처리 현황 기록에 수상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후 부산시청의 협조를 받아 강서구, 사하구, 동구, 영도구의 위탁 보호소를 운영하는 업체를 집중 조사한 결과, 보호소 내 동물을 안락사시키고도 거짓 서류를 꾸며 자연사로 둔갑시킨 사실이 드러났다.
부산은 전국 8대 도시 중 가장 많은 매년 6,000여 마리의 유실·유기동물이 발생하고 있고, 부산 16개 자치구는 총 6개 업체에 유기동물 보호 관리를 위탁하고 있다. 부산의 지난해 기준 보호소 내 동물 자연사 비율은 59.6%인 반면 안락사 비율은 2.7%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2022년은 자연사 비율 61.2%, 안락사 비율 3.1%였다.
해당 업체는 자연사 비율을 허위로 높인 것에 대해 "자치구와 위탁 계약을 갱신할 때 안락사 비율이 낮아야 유리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 계약 시 안락사 비율이 주요 평가 사항은 아니라는 게 단체 측의 설명이다.
단체는 또 지난해 기준 개체관리카드를 근거로 해당 업체가 폐기했어야 할 동물 사체 794마리의 무게가 총 5.5톤이었지만 실제로 폐기물업체를 통해 처리한 양은 0.47톤에 불과하다는 점을 밝혀냈다. 5톤 이상의 사체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부산시청과 해당 구청 관계자, 동물단체, 위탁업자가 만난 자리에서도 업체는 이에 대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단체는 사체가 개농장으로 흘러 들어갔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단체 측은 "위탁관리업자가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개들을 식용업자에게 보내면 막대한 사체처리 비용을 줄일 뿐 아니라 이익을 챙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자연사한 동물 관리카드 가운데 절반 가량은 사체 사진이 없었다"며 "산 채로 개식용 업자에게 넘겼을 가능성도 의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영재 비글구조네트워크 이사는 "10년 가까이 동물보호단체나 개인 활동가들이 수상한 자연사 비율과 개들을 식용견으로 넘긴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해당 구청들은 이에 대한 점검과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단체는 해당 업체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문서위조, 국가보조금법 위반, 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형사고발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김세현 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는 "부산을 비롯해 여러 사례에서 위탁업이 동물보호센터를 운영하는 데 맞지 않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구청들은 당장 위탁계약을 해지하고, 보호소를 직영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해당 민원을 접수해 현재 다각도로 확인 중"이라며 "조사 결과에 따라 규정에 맞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