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극한 대치로 몸살을 앓았던 21대 국회가 끝내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28일 열렸지만 민생 관련 법안들이 '채 상병 특검법'을 비롯한 쟁점 현안에 밀려 무더기로 폐기됐다. 국회에 계류된 법안은 1만6,000건이 넘었다.
21대 국회의 '입법 성적표'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2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는 역대 국회 중 가장 많은 총 2만5,856건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처리된 법안은 9,479건(부결·폐기 등 포함)에 불과했다. 법안 처리율은 36.6%로 여야가 몸싸움과 고성 등으로 극렬하게 충돌했던 20대 국회(37.9%)보다도 낮다. 법안 가결률은 11.4%로 17대 국회 이후 최저치다.
21대 국회 임기가 29일로 끝나면서 이날까지 미처리된 법안들은 자동 폐기된다. 여야가 공감대를 이뤘던 법안들도 마찬가지다. 원전 사용후 핵연료 처리를 위한 '고준위 방사선 폐기물 처분시설 특별법'(고준위법)이 대표적이다. 사용 후 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이 2030년부터 포화 상태에 이르는 만큼 정부가 21대 국회 내 처리를 요청했지만 전날 상임위 개최를 위한 의사일정 합의가 불발되면서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그간 표류하던 민생·경제 법안들도 같은 처지다. 반도체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과 'AI기본법(인공지능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 대형마트 주말 의무 휴업 규제를 완화하는 '유통산업발전법'도 국회 최종 단계에서 막혀 공염불이 됐다.
특히 부모 육아휴직을 최대 3년으로 연장하는 '모성보호 3법(남녀고용평등법·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 개정안)은 저출산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여야 공감대 속에서 순조로운 처리가 예상됐다. 하지만 지난 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채 상병 특검법' 처리에 반발하며 환노위 회의에 불참하면서 해당 법안 처리가 무산됐다. "여야가 정쟁에 매몰돼 민생만 발목 잡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법안 통과를 전제로 올해 예산안 편성에서 육아휴직 급여 예산을 늘렸던 정부의 예산 운영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