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목전까지 갔던 연금개혁이 21대 국회에서 끝내 무산됐다. 임기 마지막 날인 오늘 별도의 원포인트 국회라도 열어 처리하자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제안을 국민의힘은 외면했다. 이제 22대 국회로 공이 넘어갔지만, 아무런 기약도 할 수 없다. 벌써부터 현 정부에서 연금개혁은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온다.
이재명 대표는 어제 “마지막까지 협상의 문을 열어놓고 정부∙여당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한다”고 했지만,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의 응답은 없었다. 22대 국회에서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함께 처리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당정이 똘똘 뭉쳐 한 달 전 윤석열 대통령이 이 대표와의 회담에서 언급했던 “22대 국회 처리”를 현실로 만든 것이다.
연금개혁을 3대 개혁에 넣어 시급성을 주창해온 대통령실과 여당이 왜 온갖 이유를 대며 국회 통과를 저지했는지를 두고 해석들이 난무한다. 채 상병 특검법 재의결을 저지하기 위한 정무적 계산이라거나, 연금개혁 의제의 주도권을 야당에 내주기 싫어서라거나, 애당초 표를 갉아먹는 연금개혁에 진정성이 없었다거나. 그 어떤 의도이든 용서받기 힘들 것이다.
겉으로 내세우는 것처럼 정말 구조개혁이 중요해서라면, 당초 여당안이던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3%’에서부터 구조개혁을 담았어야 옳다. 막판에 소득대체율 44%를 중재안이라고 내놓으며 갑자기 구조개혁을 전제로 끼워 넣은 것 자체가 하지 말자는 얘기와 다름없다. 정부 또한 24개 모수개혁 선택지를 국회에 제시하면서 구조개혁안은 담지 않았다.
22대 국회에서 연금개혁 처리는 훨씬 어려울 것이다. 연금특위를 다시 구성해야 하고, 모수개혁만이 아닌 구조개혁까지 담은 개혁안을 만들어야 한다.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 일정을 앞두고 여당은 물론 야당도 지금처럼 적극적이긴 힘들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 정부와 22대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대통령실과 국회의 약속을 어느 국민이 믿을 수 있겠나.
당정은 구체적인 이행 계획과 일정을 제시하고, 지키지 못할 경우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까지 분명히 국민들에게 약속해야 한다. 그게 정치적 이익과 국가의 미래가 달린 연금개혁을 맞바꾼 정부∙여당이란 오명이 역사에 남지 않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