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뒤 '운전자 바꿔치기'를 한 20대 연인에게 이례적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음주 뺑소니를 저지르고 매니저에게 사고 처리를 요청한 가수 김호중 사건 이후 이 같은 범죄를 엄벌해야 한다는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충북 진천경찰서는 27일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보험사기 미수·범인도피 혐의로 남성 A(23)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여자친구인 B(21)씨는 음주운전·재물손괴·범인도피 방조 혐의로 함께 영장이 신청됐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오전 진천군 덕산읍의 한 교차로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몰고 시속 70㎞로 우회전하다 맞은편 상가로 돌진하는 사고를 냈다. 당시 상가와 거리에 아무도 없어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상가 두 곳이 크게 파손돼 7,000만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사고 직후 A씨는 경찰에 자신이 술을 마신 뒤 렌터카를 몰다가 사고를 냈다고 진술했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인 0.08% 이상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실제 운전자는 동승자인 여자친구 B씨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A씨가 차량을 몰다 도중에 멈춰 세우고 B씨와 자리를 바꾼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사고 당시 B씨에 대한 음주 측정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차량을 빌리기 전 음식점에서 B씨 역시 면허취소 수준 이상의 술을 마셨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여자친구가 평소 운전 연습을 해보고 싶다고 한 게 생각나 운전해보라고 했다"며 "사고 보상비를 받으려고 렌터카 보험을 든 제가 운전했다고 거짓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