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동안이나 삼성전자의 '특허 수장'을 맡았던 전직 임원이 삼성전자 기밀 자료를 빼돌린 혐의로 4개월 만에 다시 구속 위기에 몰렸다.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부장 이춘)는 27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안모 삼성전자 지식자산(IP)센터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올해 1월에도 안 전 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특허 전문 미국변호사인 안 전 부사장은 2010~2018년 IP센터장을 지냈고, 2019년 퇴사했다. 삼성전자가 애플이나 화웨이 등을 상대로 낸 특허 소송에도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안 전 부사장은 퇴직 후인 2021년 삼성전자 내부 직원으로부터 빼돌린 기밀자료를 이용, 미국 법원에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퇴직 후 시너지IP라는 특허관리기업(NPE·사들은 특허로 소송이나 라이센스 등을 통해 수익을 내는 회사)을 설립한 뒤 삼성전자에 소송을 제기했다. 안 전 부사장은 "음향기기 업체 테키야가 보유한 오디오 녹음장치 등 특허 10여 건을 삼성이 도용해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에 활용했다"고 주장했는데, 검찰은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삼성 내부에서 흘러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의 영장 재청구는 미국 법원에서 있었던 특허소송의 결과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부사장은 미국 텍사스 동부지법 심리로 9일(현지시간) 열린 특허침해 소송에서 패소했다. 미 법원은 "원고(안 전 부사장)는 이전 부하직원이었던 삼성전자 특허 담당 직원과 공모해 기밀자료를 빼돌려 소송에 이용했다"며 "부정직하고, 불공정하며, 기만적이고, 법치주의에 반하는 혐오스러운 행위"라고 지적했다. 삼성의 '특허통'이 회사를 나가 '특허괴물'(특허권을 집중 보유 특허 소송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로 변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검찰은 삼성디스플레이의 사내 특허 출원 대리인 등으로 선정해주는 대가로 한국·미국·중국 특허법인으로부터 수년간 6억여 원을 챙긴 혐의(배임수재 등)로 삼성디스플레이 전 직원 이모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청구했다. 검찰은 지난달 4일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