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에 음주 상태로 교통신호를 무시하고 승용차를 몰다가 사고를 낸 뒤 도주한 외국인에게 법원이 징역 9년을 선고했다.
대구지법 제4형사단독 김문성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무면허운전, 사고 후 미조치) 등 혐의로 기소된 우즈베키스탄 국적 A(34)씨에게 이 같이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자동차운전면허가 없는 A씨는 2월 5일 오후 6시 33분쯤 대구 수성구 들안길 도로에서 정지신호를 무시하며 차를 몰다가 반대차로에서 좌회전 신호에 따라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던 B(59)씨를 들이받고 도주했다. 당시 그는 운전면허 취소 수준(0.08% 이상)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118% 상태였다. A씨는 사고 직후 현장을 그대로 떠났다가 16시간 만에 수성구 두산동 한 호텔에서 체포됐다. 피해자 B씨는 대구 한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사고 나흘 뒤 중증 뇌출혈로 숨졌다.
A씨는 사고 발생 당일 오전 전북 익산시에서 대구 수성구까지 210㎞가량을 차를 몰고 이동했으며, 이후 술에 취한 상태로 다시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사과정서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거짓말했으나, 차량 블랙박스와 폐쇄회로(CC)TV 등에 찍힌 영상으로 덜미가 잡혔다.
재판부는 "개인적 법익 보호뿐만 아니라 교통안전이라는 공익적 측면에서도 음주 상태의 도주 운전은 엄벌이 필요하다"며 "피해자 유족들이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