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차 한중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자리에 모인 세 나라 기업인이 민간 경제 협력을 위해 '실무협의체'를 새로 만들자고 뜻을 모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인 동아시아의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세 나라의 정책 경험을 공유하고 기후 변화에 대한 국제사회 움직임에도 공동 대응키로 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7일 오전 서울 상공회의소회관에서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와 함께 '제8차 한중일 비즈니스 서밋'을 열었다. 2019년 중국 청두에서 열린 7차 한중일 비즈니스 서밋 이후 약 4년 5개월 만에 열린 이번 행사에는 각국을 대표하는 기업인과 정부 관계자 등 280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 측에서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제단체의 수장과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이희범 부영그룹 회장 등 기업인 등이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자리했다.
세 나라 경제단체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①민간 경제활성화를 위해 디지털 전환과 교역활성화, 공급망 안정화 분야에서 협력하고 ②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그린 전환과 고령화 대응, 의료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탄소배출 저감 기술 개발과 지역 내 환경 문제 해결에 서로 힘을 모으고 기후 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공동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세 나라의 고령화·저출산에 관한 정책 경험도 공유하기로 했다. 공동성명서에는 또 ③한중일 비즈니스 서밋을 3국 간 민간 경제협력 회의체로 내실화하기 위해 실무 협의체를 마련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세 나라는 양자 간 협의체를 운영해왔는데 삼국 경제계 사이의 대화를 위한 협의체는 아직 없다.
각국이 보호무역주의에 힘을 싣고 있는 지금 세 나라 경제인은 동아시아 연대를 강조하고 나섰다. 최 회장은 "민간 차원의 '삼국 협력 플랫폼' 설립을 제안한다"며 "플랫폼을 기반으로 시급한 경제 현안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고 삼국 정상회의에서 논의된 합의사항에 대한 후속 조치도 함께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 나라의 상생∙공존의 필요성을 강조할 때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격언이 자주 인용되곤 한다"며 "장기적 비전을 공유하고, 상호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협력해 나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런홍빈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 회장은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공급망 구축과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의 협상 재개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세 나라 기업이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임금 인상으로 소비 침체를 예방하는 한편 적극 투자를 통해 경제 성장 동력을 이어가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미즈호파이낸셜의 사토 야스히로 수석고문은 "30년 만의 디플레이션 악순환을 끊는 기회를 맞아 (경단련이) '임금 인상은 사회적 책임'이라고 호소해 올해 일본 대기업의 임금 인상률은 1991년 수준인 5.58%에 달한다"며 "내년 이후에도 전력을 다해 분배 실현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두터운 중간층 형성을 위해서 구조적 임금 성장이 필요하다"며 "유연하게 일하는 방식과 공정한 사회보장제도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제단체들은 이날 공동성명을 반겼다. 한국무역협회는 논평을 통해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역내 투자가 활성화되고 기술협력과 상호 무역이 확대될 수 있는 기반이 강화된 것을 크게 환영한다"고 밝혔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도 이날 논평을 내고 "3국 간 분야별 협력 재개 및 강화를 천명한 역사적인 계기"라며 "한중일 공동선언이 유의미한 돌파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실행 프로그램을 신속하게 가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한중일 협력체계가 한 단계 나아갈 계기가 만들어진 것을 환영한다"며 "중소기업계도 민간료규 확대를 통해 한중일 3국의 경제활성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