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는 '일하는 국회'를 표방했다. 단순 선언이 아니라 법(국회선진화법 일부 개정안)으로까지 강제했다. 매월 2회 이상 상임위원회를 열고, 3회 이상 법안소위를 개최하는 것을 못 박았다. 정쟁으로 국회가 공전돼도 민생 법안은 챙기겠다는 다짐이었다. 하지만 끝내 공염불에 그쳤다.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고, 21대 국회 법안 처리율은 30.5%(의원 입법 발의 기준)로 역대 최저였다. 발의건수는 증가했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다. 대한민국 국회는 여전히 국민들로부터 미움받는 기관 '0순위'다.
역대 최저 기록을 '경신'하는 국회를 지난 30년간 지켜본 박장호 국회사무차장은 27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22대 국회에선 일하는 국회법이 꼭 지켜져서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여야 지도부 포함 개별 의원들도 일하는 국회법을 늘 떠올려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박 사무차장은 22대 국회 개원 준비 실무를 총괄하는 개원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다.
22대 국회에서 처음 여의도에 입성하는 초선 의원은 131명. 국회 사무처는 올해 처음으로 여의도 신입생들을 위한 '맞춤형 국회사용설명서'를 발간했다. 일하는 국회의원들을 시작부터 지원하기 위해서다. 박 사무차장은 "공급자 관점이 아닌 수요자 입장에서 단계별 의정활동 서비스에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실제 설명서에는 법안 발의 시 필수인 비용 추계, 국정감사 자료 요구, 기자회견장 이용 시 주의사항까지 모든 꿀팁들이 총망라돼 있다.
임기 첫해부터 사적 이해관계 충돌 여부를 따져 상임위 배정에 반영하는 것도 22대 국회가 처음이다. 의정활동과 사익이 충돌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차원인데, 국회의원의 경우 일반 공직자보다 기준이 더 엄격하다. 개인은 물론 배우자, 직계존비속의 재직 이력까지 살펴야 하고, 김남국 의원 코인 사태 이후 신고 대상에 가상자산도 추가됐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300명 당선자 전원이 등록을 마쳤다. 국회 윤리자문위원회가 이해충돌 여부를 검토한 뒤, 각 교섭단체 정당과 국회의장실에 통보할 예정이다. 문제 소지가 있는 상임위 배치는 원천적으로 배제되는 만큼, 상임위 배정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의정활동 중에라도 사적 이해관계로 직무 수행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면 곧장 신고를 하고, 해당 의원은 어떠한 결정권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국회가 대한민국 국민 다수로부터 싫은 소리를 듣는 건 여러 모로 아쉬운 일이다. 박 사무차장은 "국회 구성원으로서 아프게 받아들이는 부분"이라면서도 "21대 국회에서 시민대표단을 구성해 연금개혁 의견을 모아나갔던 것처럼 22대 국회도 민의에 더 다가설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