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26일 국방성 부상 명의로 고강도 도발을 예고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김강일 부상은 “최고군사지도부가 우리 국가주권에 대한 적들의 도발적인 행동에 공세적 대응을 가하라고 지적했다”면서 “국가의 주권과 안전 이익이 침해당할 때 우리는 즉시 행동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이 이 담화에서 언급한 ‘도발적인 행동’은 미 정찰기들의 대북 정찰과 우리 해군·해경 함정들의 북방한계선(NLL) 일대 순찰이었다. 북한은 이를 두고 “해상 주권이 지금처럼 계속 침해당하는 것을 절대로 수수방관할 수 없으며, 어느 순간에 수상에서든 수중에서든 자위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정식 경고한다”고 위협했다.
미군 정찰기의 서해·수도권 상공 비행이나 우리 해군·해경 함정의 NLL 주변 순찰은 일상적인 것이다. 북한이 이 일상적 활동에 대해 담화까지 발표하며 무력 대응을 경고한 것은 고강도 도발에 앞선 명분 축적 목적으로 보인다. 최근 국제정세를 살펴보면 북한에는 가까운 시일 내에 도발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6월 동북아시아 지역에서는 굵직한 군사적 이벤트들이 계획돼 있다. 6월 7일부터 미·일 연합 군사훈련인 '발리언트 실드'가 실시될 예정인데, 일본 내 미군기지가 있는 주요 도시 관청에는 대규모 미군 전력 전개에 따른 소음 증가 등의 사전 양해 공문이 전달됐다. 그만큼 올해 훈련 규모가 예년보다 커질 것이라는 뜻이다. 6월 하순에는 현재 아르헨티나 인근 해역에 있는 조지 워싱턴 항공모함이 일본에 와서 기존 로널드 레이건 항모를 대체해 7함대 전진배치 항공모함 임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 조지 워싱턴 항모는 ‘핵 벙커버스터’ B61-12를 탑재하고 평양을 은밀하게 타격할 수 있는 F-35C 전투기를 7함대 전진배치 항모 사상 최초로 운용한다. 미국의 대규모 군사 활동에 대한 대응 목적이 아니더라도 북한은 고강도 무력 도발에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 바로 11월 미국 대선에 앞선 ‘옥토버 서프라이즈’다.
최근 미 NBC 뉴스는 익명을 요구한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 6명을 인용해 북한이 10년 내 가장 도발적인 군사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특히 이 당국자들은 북한이 우크라이나·중동에 이어 ‘제3의 전선’을 만드는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면서, 북한의 고강도 도발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을 최근에 준비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대한민국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에서 비용을 유발하는 ‘악재’다. 그들은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다양한 유형의 도발을 자행해 왔고, 그때마다 우리는 큰 피해를 당했다. 직접적인 인적·물적 피해 외에도 북한이라는 리스크는 오랫동안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골칫거리였다. 당장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엉망진창인 ‘유사국가’인 북한에 세계 10대 경제대국이자 명실상부한 선진국 반열에 있는 대한민국이 주도권을 빼앗기고 끌려 다니는 것은 누가 봐도 이상한 모습이다. 사실 이 상황은 우리가 북한을 상대로 확실한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냉전 구도가 뚜렷해지며 중국·러시아를 등에 업은 북한의 도발 수위는 더 높아질 것이고, 미 당국자들의 우려대로 그것은 ‘제3전선’이 형성될 수준의 고강도 충돌로 비화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최근 공군은 정찰위성 도입 사업인 425사업과 별개로 소형·초소형 위성 50~60기를 쏘아 올리는 계획을 진행 중이다. 위성 1기당 1톤에 육박하는 기존 정찰위성과 달리, 100~500㎏ 수준의 소형 위성 10~20여 기와 100㎏ 수준의 초소형 위성 40여 기를 2030년까지 궤도에 올리는 것이 목표다.
일반적인 정찰 위성은 높은 성능의 카메라·열상장비나 합성개구레이더(SAR)를 탑재하고, 우주방사선 등 외부 자극으로부터 기체를 보호하기 위한 고성능 차폐 설계가 돼 가격이 비싸다. 425사업으로 도입하는 위성은 5기에 1조3,000억 원 수준으로 대당 2,600억 원에 달한다. 무게도 무겁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우주발사체에 발사를 위탁해야 한다.
소형·초소형 정찰위성은 탑재 센서의 성능이 다소 떨어지고, 차폐 설계도 충분치 않아 일반적인 정찰위성보다는 수명이 짧다. 통상 정찰위성의 수명이 10여 년에 달하는 것과 달리, 소형·초소형 위성은 3년 안팎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작은 위성들이 각광을 받는 이유는 비용 대비 효과가 대단히 우수하기 때문이다. 소형·초소형 위성은 아무리 비싸도 위성 자체 가격과 발사 비용을 합친 비용이 1기에 100억 원을 넘지 않는다. 최근 상용 센서 기술의 발달로 저렴한 전자광학·적외선 장비를 쓰더라도 최소한의 정찰위성 기능은 할 수 있는 수준의 성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소형·초소형 위성은 고가의 중·대형 위성 보완재로서의 가치가 급상승하고 있다.
정찰위성은 탑재 장비의 해상도만큼이나 재방문주기도 중요하다. 저궤도(400~800㎞) 구간을 도는 위성은 보통 13시간에 한 번씩 같은 지점을 통과한다. 광학위성으로 야간에는 정찰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위성 1기를 띄웠을 때 하루 1번 정도 정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위성을 최대한 많이 띄우는 것이다. 위성 1기에 수천억 원씩 하던 시절에는 대량의 위성을 띄우는 것이 불가능했지만, 위성 1기당 가격이 100억 원 미만으로 떨어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적게는 수십 기, 많게는 수백 기를 띄워 재방문주기를 극단적으로 짧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1,000기 이상의 소형 위성을 띄워 전 지구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미국의 블랙잭 위성 계획이 바로 이러한 사례다.
위성 공전 주기를 고려했을 때, 250기 정도의 소형 위성을 띄우면 2~3분 주기로 북한을 감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위성의 수명과 교체주기를 감안해 매년 80~90기를 띄울 경우 우리나라는 연간 1조 원 미만의 예산으로 북한 전역에 대한 준실시간 감시 능력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 능력을 타격자산과 연동할 경우,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을 수 있는 강력한 억제력을 구현할 수 있다.
우리가 2~3분 단위로 북한 전역을 감시할 경우, 북한은 김정은의 야외 이동부터 미사일 발사차량의 움직임까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게 된다. 중부권에 배치된 우리 군의 탄도미사일이 발사돼 평양까지 날아가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5분 미만이다. 대규모 위성 네트워크를 통해 김정은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추적될 경우, 우리는 언제든 마음먹으면 김정은과 북한 지도부를 5분 안에 제거할 수 있는 전례 없는 억지력을 갖게 된다.
북한이 대량으로 보유한 탄도미사일과 방사포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동시다발적으로 발사 진지에 전개하더라도 이를 실시간으로 들여다보고 있으면 이들이 먼저 쏘기 전에 예방적 선제타격을 통해 제압이 가능해진다. 김정은이라는 ‘의지’도, 핵무기나 장사정포라는 ‘수단’도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군은 북한 전역의 주요 거점을 몇 번이고 초토화시키고도 남을 엄청난 물량의 미사일 전력을 이미 갖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위성만 갖추면 된다. 연간 1조 원이라는 비용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지만, 우리 경제 규모나 북한이라는 변수 때문에 우리가 치르고 있는 리스크의 비용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쓸 수 있는 규모다.
문제는 의지다. 대한민국이 북한을 압도하는 종합국력을 갖고도 한반도 문제에서 주도권을 갖지 못하고 끌려 다닌 이유는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권과 사회 일각에는 대한민국이 북한에 대한 강력한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수단을 갖는 것이 한반도 평화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순수 방어용 자산을 도입하는 것조차 문제 삼으며 무장해제와 대화를 주장한다. 그러나 북한이 이미 핵무기라는 절대병기를 손에 넣고 그것으로 우리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억제력 보유가 평화를 해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무장을 해제해 평화를 얻은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우리도 결단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