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소현, '153전 154기' 첫 승 신고...박민지 통산 상금 1위 등극

입력
2024.05.2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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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1 채리티 오픈 9언더파 우승
2011년 입회했지만 2017년 1부 입성
154번째 대회에서 기다렸던 첫 승

배소현(31)이 오랜 기다림 끝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감격적인 첫 우승을 차지했다. 남들보다 정규투어 데뷔가 늦었고, 많은 실패도 겪었지만 '153전 154기'로 기어코 정상에 올랐다.

배소현은 26일 경기 여주 페럼 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E1 채리티 오픈(총상금 9억 원) 마지막 3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4개로 이븐파 72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9언더파 207타를 기록한 배소현은 2위 박도영(6언더파 210타)을 세 타 차로 제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정규투어 154번째 출전 대회에서 이뤄낸 쾌거다. 참가 대회 수를 기준으로 KLPGA 투어에서 역대 7번째로 오래 걸린 우승이다. 이 부문 1위는 지난해 대보 하우스디 오픈에서 279번째 도전 끝에 우승한 박주영이다. 배소현은 이번 우승으로 지난 시즌 총상금(3억1,481만 원)의 절반에 달하는 상금 1억6,200만 원을 챙겼다.

2011년 KLPGA에 입회한 배소현은 1부 투어로 올라서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드림투어(2부)와 점프투어(3부)에서 6년이나 머물렀다. 2016년 드림투어 상금왕에 올라 2017년 마침내 1부 정규투어에 데뷔했다. 데뷔 동기는 1996년생 김수지, 1998년생 박민지 등으로 1993년생 배소현보다 어렸다. 어렵게 정규투어에 올라왔지만 2017년과 2018년 49개 대회에 나가 고작 13번 컷을 통과했고, '톱10'에는 단 한 번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2019년 다시 드림투어로 돌아간 그는 포기하지 않고 2020년 정규투어에 복귀했다. 2021년부터 '톱10'을 넘어 '톱5'까지 진입하며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꾸준히 상금 순위 30위권을 지켰다.

그리고 투어 8년 차가 된 올해 마침내 마수걸이 우승을 터뜨렸다. 2022년 3위가 종전 최고 성적이었던 배소현은 올해 4월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에서 5위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하더니, 시즌 10번째 출전 대회에서 우승 기회를 잡았다.

1라운드를 공동 5위로 출발한 다음 2라운드에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공동 2위 그룹에 2타 앞선 채 이날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배소현은 초반에 무섭게 치고 올라온 박도영과 우승 경쟁을 벌였다. 배소현은 전반 9개 홀에서 버디 없이 보기 2개를 적어냈고, 6타 차 공동 7위였던 박도영은 버디 4개를 몰아쳐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이후 박도영은 후반 10번 홀(파4) 버디, 11번 홀(파4) 이글을 잡아내 역전에 성공했다. 배소현도 10, 11번 홀 연속 버디를 잡았지만 곧바로 연속 보기를 범했다. 하지만 박도영이 13번 홀(파4)부터 갑자기 흔들렸다. 4개 홀 연속 보기를 쏟아내며 배소현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틈을 놓치지 않고 배소현은 16번 홀(파3), 17번 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낚아 승기를 굳혔다.

한편 박민지는 5언더파 211타로 공동 박결, 노승희, 황정민과 공동 3위에 올라 상금 4,612만5,000원을 추가했다. 이로써 박민지는 통산 상금 57억9,778만 원을 기록해 이 부문 종전 1위 장하나(57억7,049만 원)를 제쳤다. 통산 상금 1위 자리가 바뀐 건 2018년 4월 29일 이후 2,219일 만이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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