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못 하는 구실만 늘어놓는 당정

입력
2024.05.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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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졸속 연금개혁은 안 된다”며 22대 첫 정기국회에서 처리하자고 야당에 제안했다. 21대 국회에서 여당안을 수용할 수 있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제안을 거절한 것이다. 대통령실도 21대 국회 처리 불가 방침을 재차 확인했다. 어떻게든 연금개혁을 막겠다고 당정이 배수진을 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추 원내대표는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할 여야정협의체를 꾸리고, 22대 국회에서 연금특위를 재구성해 첫 정기국회에서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재작년 10월 연금특위 출범 후 19개월 만에 간신히 여야 합의에 근접한 모수개혁안(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3~45%)을 결국 걷어찬 것이다.

단순히 내고 받는 돈을 조정하는 모수개혁과 달리 기초연금과 직역연금 등까지 아우르는 구조개혁은 훨씬 난제다. 함께 답을 찾는 게 최선이라고 해도, 간신히 접점을 좁힌 모수개혁안마저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 불과 3개월여 뒤인 22대 첫 정기국회에서 구조개혁까지 동시에 처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보험료율을 어느 정도 인상해 놓아야 22대 국회에서 후속 구조개혁을 위한 여건이 조성된다”는 김진표 국회의장의 제안이 틀린 게 없다.

대통령실과 정부의 태도는 더욱 실망스럽다. ‘22대 국회 처리’를 처음 언급한 건 윤석열 대통령이다. 21대 국회 종료를 한 달도 더 남겨둔 시점이었다. 대통령실은 그래 놓고 “국회 합의가 있어야”, “국민 의사 반영해야” 등 온갖 구실을 댄다. 정작 정부가 지금까지 한 일의 전부는 24개의 맹탕 모수개혁안을 국회에 던져놓은 것뿐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국회가 고르면 될 정도로 정부는 충분한 자료를 제출했다”고 자찬하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2대 국회에서도 정부안을 추가로 낼 생각은 없다”고 한다.

이러니 당정대가 특검 재의결 등과 맞물려 혼연일체로 연금개혁 저지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개혁안 처리가 지연되면 국민 부담이 매일 1,000억 원 이상씩 늘어난다. 미흡한 한 걸음이라도 일단 내딛는 게 허황된 목표만 좇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백배 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