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R&D 투입에도... 기업 생산성 연 0.5% 증가 '제자리걸음'

입력
2024.05.26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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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구 강화로 혁신의 질 높여야"
자금 공급 개선·창업가 육성 조언도

대규모 연구·개발(R&D) 지출 등 적극적인 혁신 활동에도 국내 기업 생산성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 연구 강화로 혁신의 질을 높이고, ‘똑똑한 이단아’가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사회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26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경제 분석 보고서 ‘우리나라 기업의 혁신활동 분석 및 평가’에 따르면, 2022년 우리나라 기업의 R&D 지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4.1%로 이스라엘에 이은 세계 2위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생산성 증가율은 2001~2010년 연평균 6.1%에서 2011~2020년 0.5%로 크게 낮아졌다. 미국 내 특허를 출원할 정도로 우수한 ‘혁신기업’의 생산성이 정체된 탓이다. 혁신기업은 전체 기업 R&D 지출의 72% 내외(2011~2020년 평균)를 담당했으나, 생산성 증가율은 2001~2010년 연평균 8.2%에서 2011~2020년 1.3%로 곤두박질쳤다.

보고서는 세 가지 문제를 원인으로 짚었다. 먼저 ①대기업의 경우 혁신 실적의 양은 늘었지만 파급력, 범용성, 독창성 등 질이 낮아졌다. 국내 기업이 미국에 출원한 특허 건수 중 대기업 기여 비중이 95%로 압도적인데, 질적 지표인 특허 피인용 건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게 단적인 예다. 저업력(하위 20%) 중소기업은 ②혁신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③혁신 잠재력을 갖춘 신생기업 진입이 줄면서 생산성 둔화에 직면한 것으로 분석됐다.

각각에 맞는 처방이 뒤따랐다. 보고서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혁신 실적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2010년대 들어 지출 비중이 축소(2010년 14%→2021년 11%)된 기초 연구를 다시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부 인센티브 제공, 산학협력 확대 등을 통해서다. 자금 문제는 벤처캐피털에 대한 기업 접근성을 확대하고, 투자자금의 중간 회수가 원활하도록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 시장을 활성화해 풀어나갈 수 있다고 했다. 틀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우수한 인재가 취업 대신 창업을 택하게 하려면 ‘실패해도 괜찮다’는 사회적 인식과 여건, 교육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 같은 혁신 정책은 경제성장과 사회후생 증진에도 기여한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시나리오 분석 결과, 연구비 지원 및 산학협력 확대 등 기초연구가 강화됐을 때 경제성장률은 0.2%포인트, 사회후생은 1.3%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 공급 여건 개선과 신생기업 진입 확대가 진전될 경우엔 경제성장률과 사회후생이 각각 0.1%포인트, 1.4%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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