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라인야후 문제와 관련 "한일 외교관계와 별개"라고 언급해 논란이 예상된다. 일본 총무성이 라인야후에 모회사 네이버와의 자본관계 조정을 요구한 행정지도를 두고 이례적 처분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문제 제기 없이 봉합하는 데 방점을 찍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가 국내 기업인 네이버의 지분을 매각하라는 요구는 아닌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이 현안을 한일 외교관계와 별개의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 양국 간 불필요한 현안이 되지 않도록 잘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최근 논란이 불거진 라인야후 문제가 한일 외교차원의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선제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개인정보 유출 이후 일본 총무성은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행정지도에 나섰고, 이를 두고 국내에서 네이버에 자본매각을 압박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수순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논란 이후 늑장 대응이란 비판을 받던 우리 정부는 7월까지 제출하는 행정지도 답변서에 네이버의 자본 매각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진화에 나섰다. 이 때문에 국익과 직결되는 부분에 대한 문제 제기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이 먼저 선을 그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 기시다 총리는 행정지도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그는 "총무성의 행정지도는 이미 발생한 중대한 보안 유출 사건에 대해 어디까지나 보안 거버넌스를 재검토 해보라는 요구사항"이라며 "한일 정부 간에 초기 단계부터 이 문제를 잘 소통하면서 협력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긴밀히 소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안 거버넌스와 자본관계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한 설명 없이 행정지도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3월 일본 참의원 총무위원회에서 마쓰모토 다케아키 총무상은 라인야후와 네이버를 향해 "상당한 수준의 자본적 지배를 받는 관계의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체제 검토를 요구했다"고 발언한 바 있다. 행정지도가 자본 문제와 연관된다는 설명이다.
양 정상은 지난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해법 발표 이후 복원된 양국관계에 의미를 부여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 양국은) 재무와 산업, 첨단기술 분야에서 고위급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며 "올해 1분기에도 이미 300만 명이 양국을 오갔다"고 언급했다. 기시다 총리도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유지·강화하며 글로벌 과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양국관계를 한층 더 긴밀화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강제동원 해법 발표 이후 일본 기업 주도로 조성된 '미래청년 기금'에 2억 엔이 추가로 모금된 것도 회담에서 다뤄졌다. 해당 기금을 토대로 양국 정부는 유학, 인턴십, 취업 등 청년층 교류 확대 방안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해서는 한일·한미일 간 공조를 지속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올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인 양국의 공동 협력 방안이 중점 논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