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출입기자단과 '김치찌개 만찬' 행사를 가졌다.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과 10일 민생 탐방 등에 이은 소통 행보를 통해 4·10 총선 참패 원인으로 지목된 '불통' 이미지를 벗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언론의 조언과 비판을 많이 들으면서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했다. 현안에 대한 문답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민심의 전달 통로 중 하나인 기자단과의 소통 기회를 만들려는 노력 자체는 바람직하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제3비서관에 박근혜 정부 시절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린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임명했다. 정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 지시로 청와대 기밀 문건을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에게 유출한 혐의 등으로 구속돼 1년 6개월을 복역한 인사다. 정 전 비서관을 구속한 수사 책임자는 바로 윤 대통령이었다. 아무리 대통령실 인사권이 대통령에게 있다고 한들, 한국 정치사의 오점인 국정농단을 방조한 인사에게 '민심 수렴과 전달'이란 중책을 맡긴 것을 납득할 국민은 없다.
총선 참패 후 윤 대통령은 변화와 소통을 말하며 국정 쇄신 의지를 수차례 강조해 왔다. 이를 국민에게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조치가 인사다. 그러나 야당과 언론의 경고에도 대통령실은 총선 과정에서 이미 심판받은 친윤 낙선·낙천자들을 다시 불러들여 요직에 앉히고 있다. 여기에 정 전 비서관 임명과 같은 비정상적 인사가 더해진다면 "낮은 자세로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는 대통령의 말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을 것이다.
국정 쇄신을 위해 민심과의 소통은 중요하다. 하지만 소통은 일회성 이벤트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총선 참패 후 윤 대통령의 잇단 소통 행보에도 여전히 답보 상태인 국정 지지율은 이를 방증한다. 김치찌개 만찬이 야당의 비판처럼 '쇼통'에 그치지 않으려면 기자단과의 만남을 정례화하면서 쓴소리에 보다 귀를 기울일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