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동명부대 부대장이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이 한창이던 지난 2월, 군의관들에게 '영외 진료'를 지시하는 과정에서 막말과 갑질을 했다는 민원이 제기돼 군 당국이 현지 조사에 나섰다.
24일 군 당국 등에 따르면, 동명부대장 A대령은 지난 2월 의무대에 '영외 진료'를 지시하는 과정에서 군의관이 "영외 진료 중 목숨을 잃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질문하자 "국가를 위해 임무를 수행하다 죽으면 순직"이라고 답했다.
A대령은 이어 세월호·이태원 참사를 거론하며 "막말로 놀다 죽은 거 아냐. 부모한테 이런 말 하면 안 되지만 수학여행, 놀러 가다 죽은 거고"라고 말했다. 군인의 임무 중 순직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한참 잘못된 예를 갖다 붙인 것.
군의관들이 영외 진료를 거부한 건, 지난해 10월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계속되면서 신변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심지어 동명부대 주둔지인 티레(Tyre)에서 불과 2.7㎞ 떨어진 곳엔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근거지 중 하나로 알려진 마을이 있다.
군 관계자는 "영외 진료라고 해도 원주민 마을 순회 진료는 아니고, 위병소 인근 부대 시설에서 진료를 한 것"이라며 "지난해 10월 이후 중단됐던 민사활동(의료, 교육, 재건 등) 재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안전성 평가를 위해 실시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발언이 사실이라면 문제가 있지만, 말도 안 되는 지시를 내린 건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A대령은 군의관들의 거듭된 영외 진료 재고 요구에도 협박으로 맞대응했다. A대령은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여러분이 싫으면 징계를 할 수 있다"고 했고, 국정원 파격 경력까지 내세우며 군사경찰이 조사하도록 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조사하다 보면 불륜 나오고 뇌물수수 나오고, 털면 나온다"라며 겁박하기도 했다.
안전 문제를 제기한 군의관 중 한 명은 지시불이행 등의 이유로 부대 징계위원회에서 징계를 받고 국내에 복귀하기도 했다. 이 군의관은 강원도 전방 부대로 발령 난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달 초 A대령에 대한 민원을 접수했으며 최근 현지에 조사단을 파견,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