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소재 '설계자', 이현욱의 놀라운 연기

입력
2024.05.29 11:41
29일 개봉한 '설계자'
성소수자 연기한 이현욱, 내공 빛났다


모든 사고는 조작될 수 있어요.

세상에는 수많은 음모론이 존재한다. 죽은 것으로 알려진 유명인이 사실은 살아 있다거나 특정 인물의 죽음에 배후가 있다는 것 등이다. '설계자'는 많은 이들이 해봤을 법한 상상을 스크린에 풀어내며 자연스레 호기심을 유도한다.

29일 개봉한 '설계자'는 의뢰받은 청부 살인을 완벽한 사고사로 조작하는 설계자 영일(강동원)이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그와 함께하는 팀원으로는 재키(이미숙) 월천(이현욱) 점만(탕준상)이 있다. 영일은 어느 날 주영선(정은채)으로부터 아버지를 죽여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뛰어난 팀원들과의 호흡으로 임무가 무사히 마무리되는 듯하지만, 영일은 뜻밖의 위기를 마주하게 된다. 형제처럼 아꼈던 짝눈(이종석)을 잃은 트라우마가 있는 그는 이 위기 속에서 그 누구도 믿지 못한다.

극 초반, 스토리는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살인을 사고사로 조작하는 설계자의 존재도, 그와 함께하는 팀원들의 존재도 흥미롭다. 영일이 짝눈을 죽였다고 믿는 거대 조직 '청소부'가 누구일지 함께 추리하는 과정도 짜릿함을 더한다. 그러나 많은 떡밥들이 흩뿌려진 상황에서 급하게 마무리되는 스토리는 아쉬움을 자아낸다. 영화가 끝난 후 여전히 물음표를 남기는 결말은 누군가에겐 여운을 선사하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찝찝함을 안길 수 있다.

주연 배우 강동원은 넓은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배우다. 앞서 달콤한 로맨스 연기부터 억울한 연기, 액션 연기까지 소화해 낸 바 있다. 그러나 그 스펙트럼은 '설계자'에서는 빛을 발하지 못했다. 계속 무게를 잡고 있는 영일의 모습에서 차가움이 돋보이긴 하나 변함없는 연기 톤이 단조롭게 느껴진다.

반면 이현욱의 활약은 눈길을 끈다. 성소수자 역할을 소화한 그는 말투부터 비주얼까지 모두 돋보인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내공을 쌓아온 이현욱의 연기 내공은 '설계자'를 통해 한층 더 빛을 발하게 됐다. 이미숙의 존재감, BJ로 변신한 이동휘가 보여주는 광기도 눈길을 끈다.

독특한 소재는 빛난다. 영일의 팀이 살인을 사고사로 위장하는 방법이 자세하게 등장하는데, 빛을 이용하는 등의 기발한 발상이 놀라움을 자아낸다. 의뢰를 수행하는 팀원들이 티격태격하며 케미스트리를 뽐내는 모습은 웃음을 더하는 요소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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