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혁신에 도움이 되는 규정이라 판단해 개정했다."
회장 후보자 나이를 '만 70세 미만'으로 제한한 정관에 대해 논란이 일자 대한축구협회가 내놓은 해명이다. 협회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정관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AFC 정관에 나이제한 조항이 들어간 이유에 대해선 "다른 고령 후보의 출마를 제한하기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인재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환경조성에 목표가 있다고 본다"는 나름의 해석을 제시했다.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이다. 우선 회장 후보자의 나이를 제한하는 것과 조직 혁신은 별다른 연관이 없다. 회장 후보자가 만 70세 이상이라고 해서 조직이 혁신하지 못한다는 근거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중요한 건 회장 후보자의 역량이지 나이가 아니다. 만에 하나 '회장 후보자 나이제한=조직의 혁신'이 맞다면, 1962년생인 정몽규 회장이 집권한 12년 동안 협회는 이미 혁신을 거듭했어야 한다.
회장 후보자 나이제한이 새로운 인재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말에도 어폐가 있다. 그간 회장 선거의 문제로 지목돼 왔던 건 후보자의 나이가 아니라 '어차피 회장은 현대가(家)'라는 묘한 기류 때문에 쉬이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게 하는 분위기였다. 이 묘한 분위기와 정 회장의 연임을 공고히 하는 협회 내 구조적 문제가 바뀌지 않는 이상 새로운 인재는 기회를 얻기 어렵다.
무엇보다 단순히 나이만으로 진입장벽을 세우는 건 또 다른 차별에 불과하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경기 성남의 한 아파트에서 동대표 나이를 '30세 이상 65세 이하'로 제한한 것을 '차별'이라 보고 연령제한 폐지를 권고했다. 당시 인권위는 "65세라는 특정 나이 이하에 해당해야 업무를 활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나이보다는 해당 직무수행에 필요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협회도 마찬가지다. 나이보다는 회장 후보자 등 임원이 될 사람의 경력과 능력, 축구 철학 등을 우선시해야 한다.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제한이 왜 문제인지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협회는 만 70세 이상이 회장직을 수행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하지 않는 나이제한을 강제 사항도 아닌 AFC 조항을 핑계로 넣은 것에 대해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그러지 못할 경우 항간의 의혹은 커질 것이고, 그로 인한 역풍 또한 거세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