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 증상이 일주기 생체리듬 교란 때문에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반면 수면패턴 자체는 직접적인 영향이 적었다.
이헌정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김재경 KAIST 수리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기분장애 환자에서 우울 증상 발생 원인을 수학적 모델로 밝혀냈다.
기분장애는 안정적인 기분 조절이 어려워 상당 기간 정상 범위보다 처지는 상태로 유지되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들뜨는 경우를 말한다. 흔히 조울증이라 부르는 양극성 장애, 우울증이라 부르는 주요 우울장애 등을 포함한다.
기분장애 환자들은 정상인보다 반복적으로 기분이 악화되는데, 수면 패턴과 일주기 생체리듬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은 경험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수면 패턴과 일주기 생체리듬 중에 어느 쪽이 직접적으로 기분 증상의 악화를 가져오는지, 기분 증상 악화가 역으로 이들의 교란을 일으키는지에 관한 인과 관계는 밝혀진 게 없었다.
연구팀은 기분장애 전향적 코호트 연구에 참여한 환자 중 장기간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한 139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환자들은 수면과 일주기 리듬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고 스마트폰으로 매일 기분 증상에 관한 설문을 작성했다.
연구팀은 웨어러블 기기 기반으로 얻어진 수면 패턴과 수학적 모델로 일주기 생체리듬 정보를 계산해냈다. 총 4만 일 이상의 웨어러블 기기 정보와 기분 증상 정보 확보했다. 전이 엔트로피(transfer entropy) 방법을 사용해 기분 증상에 영향을 미치는 수면 패턴과 일주기 생체리듬의 인과관계를 분석했다.
600일 이상 웨어러블을 착용한 환자를 분석한 결과, 기분장애 환자에서 일주기 생체리듬 교란이 기분 증상에 직접적인 원인으로 확인됐다.
주요 우울장애와 양극성 1형 장애에서 일주기 생체리듬 교란이 기분 증의 악화에 각각 66.7%와 85.7%의 높은 인과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양극성 2형 장애에서는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았다. 또 반대로 기분 증상의 악화가 일주기 생체리듬 교란을 일으키는 인과관계는 모든 종류의 장애에서 뚜렷하지 않았다. 수면 패턴 자체는 기분 증상에 인과관계가 없었다.
김재경 교수는 “수면 패턴이 아닌 일주기 리듬이 직접적으로 기분 증상 악화와 관련 있다는 것은 획기적인 발견”이라며 “장기간 수면 패턴이 무너지면 일주기 생체리듬이 교란된다”고 했다. 김 교수는 “2주가량 객관적인 수면과 빛 노출 정보가 있으면 일주기 생체리듬을 수학적으로 계산할 수 있다”고 했다.
이헌정 교수는 “실제 기분장애 환자 치료에 있어서도 기존 약물 치료에 더해 디지털 치료기기를 이용해 일주기 리듬을 측정·관리하면 환자 상태를 더욱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eBioMedicine'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