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이재명 조국 김경수를 盧 서재로 불렀다... "연대해 성과 내달라"

입력
2024.05.2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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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노무현 추도식' 전 이재명 조국 김경수 환담
민주당엔 '1당 역할' 조국당엔 '총선약속 계승'
李 깨어있는 시민 曺 검찰개혁… '친노 적자' 경쟁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15주기 추도식이 열렸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노 전 대통령의 서재로 불렀다. 총선 이후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건 처음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와 조 대표에게 “서로 연대해 성과를 빨리 내라”고 당부했다. 총선을 거치면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갈등 기류가 짙어지고, 일시 귀국한 김 전 지사는 '친문재인(친문) 구심점'으로 불리며 민주당과 어색한 장면이 연출되자 문 전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선 것이다.


文 "민주-조국 공통공약 많다, 성과 빨리 내야"

이 대표는 노 전 대통령 묘역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점심 식사 후 문 전 대통령과 조 대표, 김 지사와 상당히 긴 시간 환담을 했다”며 “우리 사회, 미래가 나아가야 할 길, 시국의 어려움 등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어떻게 총선 민심을 받들어 정치활동을 할 것인지에 대한 당부가 있었다”면서 “이 대표에게는 제1당이니만큼 민주당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저에게는 조국혁신당이 총선 기간 해왔던 여러 약속과 활동의 정신을 개원 후에도 이어가라는 취지로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이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두 정당에 공통공약이 많으니 서로 연대해서 성과를 빨리 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지사는 영국 유학 중 경험한 영국 정당 조직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한다. 조 대표는 “영국 노동당 등 각 정당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당을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해서 이 대표가 참조할 만한 유의미한 모습을 많이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총선에서 신생정당인 조국혁신당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이 대표와 조 대표의 경쟁구도가 형성된 모양새다. 이에 더해 김 전 지사는 전날 문 전 대통령과 자리한 뒤 "너무 오래 나가 있으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친문계 적자나 다름없는 그가 돌아온다면 민주당의 친이재명(친명)계와 관계가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자 문 전 대통령이 이들을 불러 '연대'를 강조한 것이다. 다만 김 전 지사는 추도식 후 향후 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노 전 대통령께서 제기하셨던 여러 문제의식이 우리 사회에 숙제와 과제로 남아있다. 그런 차원에서 여러가지를 보고 배우고 돌아올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열심히 공부하는 게 저한테는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한 뒤 떠났다. 조 대표도 김 전 지사에 대해 "아직 복권이 안 되신 분"이라며 말을 아꼈다.


李 '당원주권'·曺 '검찰개혁'… 노무현 정신 엇갈린 메시지

‘노무현 정신’을 해석하는 이 대표와 조 대표의 시각은 서로 달랐다. 이 대표는 당원 주권, 조 대표는 검찰개혁에 방점을 찍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깨어 있는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낸 참여정치의 시대부터 당원 중심 대중정당의 길까지, 우리가 반드시 나아가야 할 미래”라고 적었다. 최근 당내 국회의장 후보자 경선 이후 강성 당원들을 중심으로 ‘수박 색출’ 작업이 벌어지고, 탈당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당원 주권을 내세운 것이다. 이 대표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변화의 기운에 걸맞게 당의 조직, 운영, 정책, 권한배분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국민과 당원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고 존중되는 나라, 정당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조국혁신당은 노 전 대통령의 정책 비전을 계승하겠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생각과 당시 정부가 추진하던 정책은 조국혁신당의 비전과 정책 가치에 아주 소중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특히 추모 메시지를 통해 “더 이상 검사 개인의 양심에 맡길 수 없다. 헌법과 법률을 고칠 수밖에 없다”며 “검찰 개혁을 22대 국회에서 완성해 수사권을 국민께 돌려드리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을 향한 수사를 언급하며 “노 전 대통령은 그들과 토론하려 했지만, 그 선의는 악의로 돌아와 검사들은 개혁에 저항했다”고 지적했다.

김해 = 박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