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8일 재표결이 전망되는 '채상병 특검법'의 이탈표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이 특검법 재의결의 마지노선인 '17표' 이탈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야권에선 슬쩍 '두 자릿수' 이탈 가능성을 띄우는 등 여론전을 펼치는 모양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이탈표가) 꽤 나올 것으로 본다"며 여당의 심리를 자극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국민의힘 내에서 해병대 사단장 한 명 때문에 왜 이렇게 난리를 쳐서 총선에서 심판받아야 되느냐는 불만이 높다"고 지적한 뒤, "왜 이 문제를 오래 끌고 가서 정권의 문제로 비화시키는지를 이해할 수 없다는 의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 총선의 주요 패배 요인이었던 '정권심판론'을 다시 끌어내는 동시에 대통령실의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부각, 여당 내 불만 심리를 자극하고 나선 것이다.
천하람 개혁신당 당선자도 CBS 라디오에서 "(이탈표가) 한 10명 정도 나오지 않겠나"라며 여당의 불안감을 높였다. 그는 이어 "권력형 비리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여당이 권력에 굴종하고, 부역하는 상황으로 간다면 이번 총선 결과가 대선에서도 똑같이 이어질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일단 김웅 안철수 유의동 등 찬성 입장을 밝힌 의원들 외 '추가 이탈표'는 없다고 전망한다. 그러나 불안감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탈표가 10명은 나올 것"(김웅 의원)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등 당내 일각에서는 표 단속에 총력이 기울이지 않을 경우 자칫 원치 않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전·현직 원내 지도부는 재표결 당일까지 '단일대오' 유지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소속 의원들 전체에 특검 반대 당론을 지켜줄 것을 당부하는 친전을 보냈다. 전날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보낸 '편지 호소문'을 의식한 것이다.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특검법을) 정치공세로 악용하며 탄핵까지 운운한다"며 국민의힘이 집권여당으로서 국정 운영에 무한한 책임을 갖고 임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힘을 모아달라"고 했다.
윤재옥 전 원내대표 등 전직 원내지도부는 이탈표 방지 전략 재점검에 들어갔다. 이들은 그간 낙선·낙천자 등 설득에 전념해왔다. 정희용 원내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21대 현역 의원들 대상으로) 지역 기준으로 전화를 돌렸고, 비례대표는 또 비례대표를 담당하는 의원이 있다"며 "차기 원내부대표단도 조를 나눠서 연락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찬성파 의원'들을 향한 압박 수위도 높이고 있다. 일종의 '강온 전략'이다. 박정훈 당선자는 YTN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 당에서 이걸 찬성하겠다. 이 당에 그 분들이 계속 있어야 하느냐는 부분에 대해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도 페이스북에 "해괴한 논리로 특검 찬성을 하는 일부 국민의힘 의원님들, 채 상병 특검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는데 찬성한다면 당을 떠나달라. 그게 책임 있는 모습"이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