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680억'... 오픈AI, 돈 주고 WSJ 뉴스도 AI 훈련에 쓴다

입력
2024.05.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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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뉴스코프와 콘텐츠 이용 계약
현금 포함 5년간 3400억 지급하기로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뉴스코퍼레이션(이하 뉴스코프)과 콘텐츠 라이선스 협약을 체결했다고 뉴스코프 산하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 시간) 밝혔다. AI 모델 훈련과 운영에 뉴스코프 소속 매체들의 저작물을 정당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뉴스코프는 미국 유력지 WSJ를 포함해 뉴욕포스트, 미국 대형 출판사 하퍼콜린스, 영국 일간 더타임스, 호주 유로 방송 등을 거느린 세계 최대 미디어그룹이다.

AI 개발사와의 협력은 시대 변화에 맞춘 생존 전략이라는 게 뉴스코프의 입장이다. 하지만 도리어 언론을 위기에 빠뜨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WSJ "보상액, 오픈AI·언론 계약 중 최대 규모"

이날 WSJ에 따르면 이번 합의로 오픈AI는 △뉴스코프 산하 언론사들의 뉴스 콘텐츠를 AI 모델 훈련에 이용하고 △챗GPT가 이용자 질문에 답변할 때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뉴스코프는 발행된 콘텐츠뿐 아니라 기자들의 전문지식도 오픈AI와 공유하기로 했다.

WSJ는 이에 대한 대가로 오픈AI가 5년간 2억5,000만 달러(약 3,400억 원) 이상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현금과 오픈AI 서비스 이용에 쓸 수 있는 현금성 크레디트를 포함한 액수다. 오픈AI와 계약한 다른 언론사들의 경우 대체로 계약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을 전제로, 자사와의 이번 계약이 "지금까지 오픈AI가 체결한 것 가운데 최대 규모 중 하나"라고 WSJ는 주장했다. 오픈AI는 뉴스코프에 앞서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 독일 미디어그룹 악셀슈프링어, 미국 통신사 AP, 프랑스 일간 르몽드,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과도 콘텐츠 이용 협약을 맺었다.


로버트 톰슨 뉴스코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오픈AI와의) 협약은 고급 저널리즘에는 프리미엄이 붙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오픈AI가 자사에 큰 보상을 주기로 한 것이 다른 언론사 대비 경쟁력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자찬이었다.

다만 뉴스코프는 이달 초 비슷한 계약을 체결한 구글로부터는 연간 500만~600만 달러(68억~81억 원)를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이라면 오픈AI로부터 받기로 한 연평균 5,000만 달러(약 680억 원)와 비교해 최대 10배나 적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AI 개발사가 평가한 개별 언론사의 뉴스 가치에 더해 △뉴스를 AI 훈련에만 쓰기로 했는지, 혹은 챗봇 답변에도 활용하기로 했는지 여부 △현금 외 크레디트로 얼마를 주기로 했는지 등이 보상 총액 차이를 만들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언론 생존 위한 것" vs "위기 부를 것"

톰슨 CEO는 오픈AI와 협력을 결정한 배경에 대해 "디지털 시대에 '창작자'의 희생으로 '배급업자'가 득세하면서 많은 언론사가 사라졌다"는 말로 설명을 대신했다. 뉴스 유통 채널이 종이 출판물에서 구글 검색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바뀔 때 언론사(창작자)들이 구글과 메타 등(배급업자)으로부터 제대로 된 뉴스 제공 대가를 받지 못한 탓에 많은 언론사가 고사했던 전례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이 천우신조의 기회를 최대한 이용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고도 말했다. AI 개발사와 동등한 위치에서 협상이 가능할 때 가능한 많은 대가를 약속받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이 같은 계약이 언론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AI가 뉴스 관련 질문에 직접 답할 수 있게 되면, 사람들이 언론사에 (구독료 같은) 비용을 지불하는 대신 단순히 챗봇과 대화에서 정보를 얻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AI 개발사들이 지금까지 언론사 뉴스를 맘대로 긁어다 AI 훈련에 이용해 온 것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이 될 것이라는 비판도 적잖다. 현재 뉴욕타임스와 시카고트리뷴 등 일부 언론사들은 "오픈AI가 우리 기사를 허락 없이 갖다 썼다"며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