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인공지능(AI) 칩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22일(현지시간)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2~4월 실적을 발표했다. AI 칩에 대한 강한 수요가 꺾이지 않아 다음 분기(5~7월) 역시 월가 예상보다 많은 매출을 올릴 것으로 엔비디아는 예측했다. 예상을 뒤엎는 실적에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사상 처음으로 1,000달러(약 136만 원)를 넘어섰다.
또다시 예상을 뒤엎은 엔비디아의 실적을 두고 시장에서는 "AI 붐의 지속력을 증명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AI 열풍이 금방 꺼질 거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켰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이날 자체 회계연도 1분기(2∼4월) 매출액이 260억4,000만 달러(약 35조6,000억 원), 주당 순이익은 6.12달러(약 8,360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매출은 앞서 시장조사업체 LSEG가 종합한 시장 예상치 246억5,000만 달러를 웃돌았고, 주당 순이익 역시 예상치 5.59달러를 상회했다. 1년 전 매출액은 71억9,000만 달러로, 3배 이상으로 폭증한 셈이다.
1분기 호실적에는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27%나 급증한 게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엔비디아의 대표 AI 칩 'H100'의 매출을 포함하는 이 부문의 2~4월 매출은 226억 달러(약 30조8,700억 원)를 기록해 전체 매출의 86%를 책임졌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메타가 H100을 2만4,000개 사용하는 최신 거대언어모델(LLM) '라마3'를 발표한 게 하이라이트였다"고 말했다. 메타 한 업체가 새 LLM 개발을 위해 주문한 칩만 이렇게 많았다는 의미다.
엔비디아는 2분기(5~7월)에는 1분기보다 많은 280억 달러(약 38조2,400억 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266억1,000만 달러(약 36조3,500억 원)를 점친 월가 예상치를 또 웃돈 것이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 발표 후 성명을 통해 "블랙웰이 더 많은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자신했다. 블랙웰은 지난 3월 엔비디아가 공개한 신제품으로, 하반기 판매에 들어가 4분기(11~1월)부터는 매출에 잡힐 것이라는 게 엔비디아의 예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블랙웰의 개당 가격은 3만 달러 이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며 "AI 칩 수요가 강하게 유지되고, 엔비디아가 경쟁사의 도전을 막아낸다면 (블랙웰은) 매출을 더 급증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는 "AI 열풍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미 경제매체 CNBC는 평가했다. 많은 테크기업들이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체 AI 칩 개발에 나서고 있으나, 의존도가 낮아지기는커녕 오히려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AP통신도 "엔비디아가 여전히 AI 칩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는 이날 실적 발표와 함께 주식을 10분의 1로 분할한다고도 발표했다. 이날 기준 엔비디아 1주를 10주로 쪼개면 주당 가격은 100달러 정도로 낮아진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엔비디아 주식을 사고 싶어도 사지 못했던 이들이 보다 쉽게 매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기록적인 실적에 액면분할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이날 뉴욕 증시 시간외 거래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6%가량 상승해 1,000달러를 넘어섰다. 장외이긴 하지만 엔비디아 주가가 1,000달러선을 돌파한 건 처음이다. 정확히 1년 전 엔비디아 주가는 306달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