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경선의 여진이 더불어민주당을 일주일째 흔들고 있다. 추미애 당선자 탈락에 분노한 당원들의 탈당 신청은 어느 새 2만 건을 넘어섰다. 급기야 이재명 대표가 편지까지 쓰며 탈당을 직접 만류하며 '당원 중심 대중정당'으로의 변모를 다짐하고, 당선자들도 "당원 중심 정당을 만들겠다"는 결의를 내놓으며 이들의 성난 마음을 어르고 나섰다.
이 대표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차 김해 봉하마을로 이동하던 도중,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최근의 탈당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2만 명이 넘게 탈당했다"는 현재 상황을 전하며, "탈당한 분들 중에는 이전과는 다르게 수십 년간 어렵게 민주당원 활동을 해오신 분들이 상당히 많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내린 진단은 '실망감'이었다. 그는 "과거에는 이보다 더 나쁜 상황에서도 견뎌오신 분들인데 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반응을 보일까"라고 말한 뒤 "짐작건대 기대와 애정이 커져서 그런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지난 공천 단계부터 총선 승리까지 지대한 역할을 해온 당원들로선 효능감과 기대감 상승만큼 실망감 또한 컸을 것이란 해석이다.
이 대표는 이에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번 일이 정당을 '의원 중심'에서 '당원 중심'으로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대표는 "이 일을 계기로 (민주당을) 당원 중심 대중정당으로 확실하게 변모시킬 생각"이라며 "이제 반론은 크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말한 '깨어 있는 시민'을 끄집어 올렸다. 그는 "중우화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직접민주주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게 아마 노무현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던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행동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 대표는 탈당계를 제출한 당원들에게 편지 형식의 탈당 만류 호소문을 썼다. 그는 "포기하고 탈당할 것이 아니라 당의 주인으로서 회초리를 들어 민주주의를 위한 여러분의 도구로 바꿔달라"고 당부했다. 당 운영, 당내 선거, 공천, 정책결정 과정에서 당원의 역할을 강화하고 당원 소통 창구를 신설하는 등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했다. 이때 일부 강성 지지층의 주장에 당이 휘둘릴 것이라는 지적을 먼저 언급하고선 "그들의 목소리를 '일부'라 치부할 수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당선자들도 전날부터 1박 2일간 열린 22대 국회 워크숍에서 '당원 권한 확대'를 약속했다. 당선자들을 향한 당원들의 분노가 높은 상황을 다분히 인식한 모습이었다. 이날 발표된 당선자 전원 명의 결의문에는 "당원 중심 민주당을 만드는 길에 더욱 노력한다"며 "당원은 민주당의 핵심이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당원의 의사가 민주적으로 반영되는 시스템을 더욱 확대하고 강화한다"는 약속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