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50년 받은 '대구 돌려차기' 범인, 2심서 징역 27년 감형

입력
2024.05.23 13:05
원룸 여성 성폭행 시도, 남친도 공격
여성 양손 다치고 남성은 영구 장해
"평생 치유 안 돼"… 1심 역대 최고형
항소심 "남친 공격 우발적, 형사공탁"

배달원을 가장해 원룸에 사는 여성을 뒤따라가 성폭행을 시도하고 이를 막던 남자친구까지 살해하려고 한 일명 ‘대구판 돌려차기’ 사건 범인이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1심에서는 국내 최장기 유기징역형인 징역 50년형이 선고됐으나 항소심에서 징역 27년형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부장 정성욱)는 23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모(29)씨에게 징역 27년을 선고했다. 또 10년간 신상정보 공개 고지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관련 기관 10년간 취업 제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20년 부착 등을 명령했다.

이씨는 앞서 지난해 12월 대구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징역 50년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이 구형한 징역 30년형보다 훨씬 무거운 형량으로, 2010년 법 개정으로 유기징역형의 상한이 50년까지 늘어난 후 역대 최고형이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피고인 범행이 대담하고 위험하며 중하다. 피해자들은 참혹하고 끔찍한 피해를 입었고,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고통 속에 살게 됐다”며 “피고인은 피해자와 그 가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피해 회복을 위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실제 이씨의 범행으로 피해 여성과 연인인 남성은 회복할 수 없는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이씨가 휘두른 흉기에 급소를 찔린 남성은 의식불명 상태에 이르렀고 수술 후 의식을 회복했으나 뇌 손상 등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수준의 영구 장해 판정을 받았다. 여성 또한 양손을 크게 다쳐 신경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씨는 1심 재판 과정 내내 “살인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이씨가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했고, 배달원을 가장해 여성이 혼자 사는 원룸에 침입해 성폭행을 시도한 것은 모방범죄 위험이 있어 예방 차원에서 중형을 내리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1심 검찰 구형량(징역 30년)과 동종 유사 사례를 살펴볼 때 징역 50년형은 너무 무겁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이씨가 피해 남성에게 흉기를 휘두른 것은 도망치는 과정에서 몸싸움을 하다 발생한 것으로 계획적이라기보다 우발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아파트 대출금으로 1억 원을 마련해 형사 공탁금으로 내놨고, 피해자들이 1심 재판 이후 미약하나마 후유증이 호전된 것도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황”이라고 판시했다.

대구=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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