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FBI, 자택 수색 때 날 사살하려 발포 준비"... 미 언론 "근거 없어"

입력
2024.05.23 09:04
지지자들에 이메일 "바이든, 날 제거하려 해"
WP "미국 역사상 전례 없는 주장"

자신에 대한 범죄 혐의 수사를 대선 출마를 막으려는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해온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사법당국에 대한 비난 수위가 도를 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지지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2022년 8월 연방수사국(FBI)이 기밀문건 회수를 위해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을 수색할 때 자신을 사살하기 위해 발포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2일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메일에 "그들은 나를 쏘는 허가를 받은 상태였다"면서 "그들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조 바이든은 나를 죽이고 내 가족을 위험에 빠트리기 위해 무장된 상태였다"고 썼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도 글을 올려 "조 바이든과 법무부는 FBI의 살상 무기 사용을 허가했다"고 적었다.

WP는 "이는 FBI의 총기류 사용과 관련해 정책 기준을 극도로 왜곡하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측근들이 전날 공개된 법원 문건을 빌미로 이 같은 잘못된 주장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공개된 법원 문건에는 FBI 요원 본인이나 다른 사람에게 사망 또는 심각한 신체적 상해를 입힐 임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총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정책 성명'이 포함돼 있다.

당시 FBI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택에 머무는 날을 피해 수색 날짜를 정했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담당하는 비밀경호국(SS)에 사전 예보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W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경쟁자인 바이든 대통령을 겨냥해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는 근대 미국 역사상 전례 없는 수준의 잘못된 주장을 펴고 있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빈번하게 바이든 대통령이 사법을 정치화하고 있다고 비난해 왔지만, 근거는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FBI는 이날 별도 성명을 통해 "수색과정에 다른 모든 경우와 마찬가지로 총기 사용 등에 있어 기준을 따랐다"며 "누구도 추가적인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권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