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 군수 기업 12곳에 대해 ‘제재 카드’를 꺼내 들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러시아를 지원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중국 기업을 미국이 제재한 데 대한 ‘맞불’ 성격이다. 대만에 무기를 계속 판매하는 미국에 대한 항의 성격도 담겨 있다. 이에 더해 미중 간 ‘관세 전쟁’도 한층 더 격화하는 분위기다.
중국 외교부는 22일 홈페이지에 외교부령 제7호 공고문을 내고 이같이 밝혔다. 미국 군수기업 12곳과 기업 고위 임원 10명에 대해 자산 동결, 입국 불허 등 조치를 취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번 결정은 이날 즉시 발효됐다.
제재 대상 기업은 △록히드마틴 미사일·파이어 컨트롤 △제너럴 다이내믹스 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 △인터코스탈 일렉트로닉스 △시스템 스터디스 앤 시뮬레이션 △아이언마운틴 설루션 등 12개 회사다. 중국 정부는 이 업체들의 중국 내 동산·부동산 및 기타 유형의 재산을 동결했다. 또 방산업체 노스럽 그러먼의 케이시 와든 회장 및 사장·부사장 등 고위 임원들, 제너럴 다이내믹스의 사장·부사장 등 총 10명의 중국·홍콩·마카오 입국도 금지했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 정부에 대한 불만을 직설적으로 표출했다. 공고문에서 외교부는 “미국은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한 중국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 건설적 역할을 무시하고 소위 러시아 관련 요인을 근거로 다수 중국 기업에 불법적·일방적 제재를 가하며 괴롭힘을 자행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기업과 기관, 개인의 정당한 권익을 심각히 침해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만 문제도 언급했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은 계속 중국의 대만 지역에 무기를 팔고 있다”며 ‘하나의 중국’ 원칙 및 미중 간 3대 주요 공동성명 위반이자, 중국 내정 간섭 행위라고 비판했다. 앞서 중국은 라이칭더 신임 대만 총통 취임식 당일인 20일에도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관여를 문제 삼으며 미국 보잉사 방산·우주 부문 등을 제재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미중의 ‘자동차 관세 폭탄’ 투하 싸움도 격렬해질 조짐이다. 중국 정부가 미국·유럽연합(EU)에서 생산된 대형 차량의 관세 인상 계획을 검토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 100% 인상’ 결정, EU의 동참 움직임에 ‘보복 관세’로 맞대응하려 하는 셈이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EU 주재 중국상공회의소는 전날 성명에서 “중국 당국이 ‘대형 배기량 엔진 장착 수입차’의 관세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는 내부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 인상 발표, EU의 중국 전기차 보조금 조사 등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중국의 잠재적 조치는 미국·유럽의 자동차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 관세 인상 조치의 일부를 8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22일 성명을 통해 “30일간의 의견 수렴 기간이 6월 28일 끝날 예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지난 14일 중국의 과잉 생산과 불공정 무역 관행을 비판하면서 △전기차 25%→100% △전기차 배터리 7.5%→25% △배터리용 부품 7.5%→25% 등 중국산 수입품 고율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