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성 장애, 아리피프라졸 주사제가 재발 크게 줄여

입력
2024.05.22 20:37
여의도성모병원 교수팀 연구 결과, 장기 지속형 주사제가 재발률 3분 1로 감소

양극성 장애(bipolar disorder·조울증)는 내 안의 극단적인 두 얼굴이 드러나는 정신 질환이다. 양극성 장애는 흔히 단순히 감정 기복이 심한 것으로 여기는데 그렇지 않다.

기분이 매우 들뜨고 고양된 ‘조증(躁症)’과 푹 가라앉은 ‘우울(憂鬱)’이 지속되지 않고 일정 기간 ‘삽화(揷話)’처럼 나타나고 호전되기를 반복하는 질환이 양극성 장애다. 치료를 충분히 하지 않으면 2년 이내 40~75%가 재발한다.

그런데 양극성 장애 환자에게 아리피프라졸 장기 지속형 주사제(메인테나)를 사용하면 재발률이 3분의 1로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박원명·우영섭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12개 기관이 참여한 다기관 연구를 통해 아리피프라졸 장기 지속형 주사제가 양극성장애 재발에 미치는 효과를 국내 최초로 규명했다.

양극성장애가 자주 재발하면 회복하기 어렵고, 뇌 변화를 일으키기에 재발 방지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장기간 약물 복용이 필수적이지만 매일 복용하는 것이 어려워 많은 환자들이 적정 용량을 복용하지 못하거나 약물 복용을 중단해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개발된 1회 주사로도 4주간 약물 효과를 나타내는 아리피프라졸(비정형 항정신병약물 계열) 장기 지속형 주사제가 조현병뿐만 아니라 양극성 장애 유지 치료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전국 12개 병원에서 경구 약물 치료를 받고 있는 78명의 양극성 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아리피프라졸 장기 지속형 주사제를 추가 투여 후 이전 1년과 투여 후 1년 재발률을 비교했다.

그 결과, 조증 삽화는 1년간 평균 0.8회에서 0.2회로, 우울 삽화는 0.5회에서 0.2회로 감소했다. 1년간 재발을 경험한 환자 비율은 투여 이전 1년간 81.3%에서 28.0%로 3분 1로 현저히 감소했다.

또 복용하는 경구 약물 숫자도 6.5개에서 3.6개로 유의미하게 감소했고 3가지 이상 약물을 복용하는 복잡 병합 요법을 받는 환자도 78.7%에서 37.3%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우영섭 교수(제1 저자)는 “많은 양극성 장애 환자가 약물 복용에 어려움을 겪고 그 결과 재발을 하는 경과를 보이는데, 아리피프라졸 장기 지속형 주사제가 이러한 점에서 양극성 장애 환자 유지 치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박원명 교수(교신 저자)는 “성인 ADHD 환자를 치료할 때 흔히 동반되는 다른 정신 질환 치료가 중요하다는 점, 그리고 초기 진단 시 우울증과 같은 질환이 성인 ADHD와 밀접히 관련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다는 점을 밝혔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