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군부 독재 타도" 외쳤던 고교생, 43년 만에 명예 졸업

입력
2024.05.2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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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5월 신흥고 시위 퇴학 박영화씨]
모교, 2010년부터 매년 기념식 개최
올해 박씨 초청… 명예 졸업장 수여 
"후배들 사회적 약자 아픔 공감하길"

광주 5·18 민주화운동 때 전두환 군부 독재 타도를 외쳤던 고교생이 43년 만에 명예 졸업장을 받았다.

22일 전북 전주 신흥고등학교 대강당에서는 81회 졸업생인 박영화(63)씨의 명예 졸업식이 열렸다. 박씨는 신흥고 3학년 재학 시절인 1980년 5월 27일 시국 시위에 나섰다가 징계를 받고 학교를 떠났다.

당시 그는 오전 학급 예배가 끝난 뒤 친구들과 함께 운동장으로 뛰어 나갔다. 운동장에는 전교생 1,500명이 모여 있었고 동급생 1명이 단상에 올라 마이크에 대고 광주의 아픔을 함께하자는 호소문을 읽었다. 이날은 5·18 마지막 항쟁지 전남도청이 무참히 진압된 날이었다.

박씨와 학생들은 팻말을 들고 전북도청까지 가두 행진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미 무장한 계엄군이 사방을 둘러싸 학교 정문 앞에서 가로막혔다. 학생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전두환 물러가라" "민주수호 독재타도"를 외치며 운동장을 돌았다. 계엄군과 경찰이 "해산하지 않으면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협박했지만, 강당으로 자리를 옮겨 시위를 이어갔다.

이 일로 학교는 일주일간 문을 닫아야 했고, 학생 25명은 징계를 받았다. 박씨도 '지도 휴학'이라는 징계를 받았다가 강제 퇴학을 당했다. 이후 검정고시를 통해 1981년 고려대 사회학과에 입학한 박씨는 졸업 후 통일문제 연구를 위해 독일 유학길에 올랐다. 현재는 사업가로 활동하고 있다.

1980년 5월 당시 시위를 기념해 2010년부터 매년 '5·27 신흥 민주화운동' 행사를 개최한 신흥고는 올해 명예 졸업장 수여를 위해 박씨를 초청했다. 최근 학교 측 연락을 받고 40여 년 만에 독일에서 귀국해 가족과 함께 모교를 방문한 그는 "5·27 운동은 광주의 아픔에 대한 공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신흥고 후배들도 동료의 어려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아픔에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주=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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