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 "채 상병 특검법, 합의 안 돼도 28일 재표결"

입력
2024.05.2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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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로비 특검 수용 DJ, 옳다 생각해 받았겠나"
"당원·정당에 충성 이전에, 본질은 유권자"
"의장, '대화·타협' 만들어야" 중립성 논란 비판

김진표 국회의장이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28일 열어 '채 상병 특검법'을 재표결에 부치겠다고 단언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에 대해 국회의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임기 마지막까지 ‘의회주의’를 강조한 김 의장은 팬덤정치의 폐해를 비판하는 한편 “선거제 개편이 돼야 협치가 된다”며 22대 국회에 미완의 과제를 넘겼다.

"특검 합의 안 돼도 마무리, 그게 국회법 절차"

김 의장은 22일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가능하면 여야가 합의해서 일정을 마련하고, 합의가 안 되더라도 본회의를 열어서 (특검법 포함) 본회의에 올라와 있는 안건들을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장은 “합의가 되면 합의된 안대로, 합의가 안 되면 재심의 요청된 그 법안에 대한 표결을 통해 마무리할 수밖에 없다. 의장으로서”라며 “그게 국회법 절차”라고 말했다.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채 상병 특검법은 전날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다시 국회에 되돌아왔다. 야권에서는 끝장을 보자며 28일 본회의 개최를 주장해왔다. 김 의장은 “거부권이 행사되더라도 합의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달라고 부탁했고, 여야 원내대표와 당대표를 향해서 오늘 아침까지도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는 날 선 지적을 이어갔다. 김 의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옷 로비 특검’을 수용한 사례를 들며 “그것이 옳다고 생각해 받았겠느냐. 평생 의회주의자로서 ‘국회가 결정한 것은 무조건 따라간다’는 것 때문에 모진 고욕을 감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전날 초선 당선자 연찬회에서도 “의장으로서 가장 자괴감이 들었던 것은 (윤 대통령의 그간) 9번의 거부권 행사를 막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채 상병 특검법을 합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10회로 늘었다.


"극단적 팬덤, 정치 훼손… 의회주의 지켜달라"

김 의장은 “21대 국회를 돌아보면 진영정치와 팬덤정치의 폐해가 더 커졌다”며 일침을 놓았다. 그는 “국회의원 득표 중 90~95%는 당원도 팬덤도 아닌 일반 국민의 지지를 받은 것”이라며 “당원이기 이전에, 자기를 공천해 준 정당에 대한 충성 이전에 가장 본질적이고 중요한 것은 유권자의 눈높이에서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팬덤인 ‘노사모’를 언급하며 “노무현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비판한 ‘건강한 팬덤’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극단적 팬덤은 상대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좌표를 찍고 집중 공격하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 본령을 훼손하는 것을 목표로 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이런 진영정치, 팬덤정치의 근본 원인으로 승자독식 소선거구제를 꼽으며 “선거제 개편 필요성과 방향에 대한 공론화는 했지만, 결국 빈손으로 남긴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체 유효 득표의 40~50%가 사표가 되는 선거제도 아래에서는 협치가 일어나기 힘들다”면서 “다양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졌으니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장은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면서 후배 의원들을 향해 연신 “의회주의를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국회법 제도의 취지를 보면 의장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대화와 타협을 만드는 일”이라며 “의장으로서 욕을 먹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저를 욕했던 양당도 저의 진정성을 지금은 이해하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장 후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중립성’ 논란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박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