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복 입고 클럽서 공연?"... 뉴진스님, 싱가포르에서도 공연 취소되나

입력
2024.05.22 16:50
다음 달 19, 20일 싱가포르 클럽 공연
내무장관 "경찰, 공연 강행 시 조처"
'대중 공연 허가 기준' 위반 가능성
지난달 말레이시아도 공연 취소해

불교 DJ 공연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뉴진 스님'(개그맨 윤성호)이 싱가포르 불교계와 당국 압박에 현지 공연 개최가 불투명해졌다. 앞서 윤씨는 말레이시아에서도 현지 불교계의 반발에 부딪혀 공연이 취소됐다.

2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방송 채널뉴스아시아에 따르면 샨무감 싱가포르 내무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DJ가 다음 달 싱가포르 클럽에서 승복을 입고 공연을 할 예정이었다"며 "이는 우리 불교 커뮤니티에 불쾌감을 줄 수 있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경찰은 클럽 운영진에게 공연을 강행하면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고, 운영진도 협조하기로 약속했다"고 했다.

뉴진 스님은 불교 신도인 윤씨가 자신의 법명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름이다. 지난해 11월 '뉴진'이라는 법명을 약식으로 받은 뒤 각종 축제에서 승복 차림으로 디제잉을 하고 교리를 전파해 '힙한 불교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윤씨는 국내 인기를 발판 삼아 지난달 대만 등 해외로 진출했다. 다음 달 19, 20일엔 싱가포르의 한 클럽에서 공연 예정이었다. 소식이 알려지자 싱가포르 불교연맹(SBF)은 지난 19일 공연 금지를 요청하며 "뉴진 스님은 승려가 아니므로 승복을 입고 공연해선 안 된다. 이는 승려의 규율인 비나야(승려의 행동 강령)에 위배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불교 EDM(일렉트로닉댄스 뮤직) 공연은 '대중 공연이 특정 인종이나 종교, 문화 등에 공격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싱가포르의 공공 엔터테인먼트의 허가 기준을 위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에드윈 통 싱가포르 문화공동체청소년부 장관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는 대중 엔터테인먼트 공연에 무엇을 올릴 수 있고 없는지에 대해 뚜렷한 규칙을 가지고 있다. 공연은 대중 엔터테인먼트 허가 조건을 준수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규정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다인종, 다종교, 다문화 사회에 살고 있고 서로를 존중하기 때문"이라며 "종교를 폄하하는 행위는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도 공연을 여는 클럽 측에 허가 조건을 따를 것을 권고했다. 경찰은 윤씨의 공연이 "조건을 위반할 여지가 있다"고도 언급했다. 그러자 클럽은 경찰에 합법적으로 공연을 하겠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클럽 측은 "(윤씨 공연의) 의상, 제스처, 노래, 가사 등에 어떠한 종교적 요소도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알렸다.

불교는 싱가포르 국민이 가장 많이 믿는 종교다. 2020년 싱가포르 인구조사에 따르면 15세 이상 종교인 중 불교인은 31.1%에 달했다.

앞서 말레이시아도 지난달 예정됐던 윤씨의 공연을 취소했다. 말레이시아는 종교의 자유를 헌법으로 보장하지만, 개종을 유도하거나 타 종교를 모욕하는 행위는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불교계는 당시 윤씨의 공연 소식에 "유흥장소에서 승려를 흉내 내는 것이 부적절하다", "불교의 신성함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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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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