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이번 주 내놓기로 했던 전세·주택공급 대책을 잠정 연기했다. 앞서 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직접 대책 발표를 예고해 시장의 관심을 키웠지만 발표 3일 전 돌연 취소한 거라 시장에선 정부가 정책 혼선을 키운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토부는 주간보도계획을 통해 오는 24일 주택·토지 분야 규제 합리화 조치를 발표하겠다고 기자단에 공지했다. 박 장관은 이보다 앞선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사실을 먼저 공개했다. 부동산 대책은 전 국민 관심사라 주무 장관이 먼저 대책 발표 일정을 예고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자칫 투기 수요 등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정부 대책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를 분석하는 언론 기사가 쏟아졌다.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5년간 27만 호를 공급하는 대규모 주택공급 확대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공사비 급등 같은 대내외 악재로 실적이 저조한 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한 여러 규제 완화책이 담길 거라는 예상이 많았다. 특히 시장에선 전셋값 폭등을 유발했다는 지적을 받는 임대차 2법 개선책과 정부의 전세보증 강화 정책으로 직격탄을 맞은 빌라 전세보증제도 개편안이 발표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국토부는 21일 오후 5시쯤 출입기자단에 관계 기관 협의 등을 이유로 대책 발표가 잠정 연기됐다고 공지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원래는 국토부 단독으로 대책을 내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부동산은 여러 부처 업무가 걸려 있다 보니 관계 기관 간 협의를 더 진행한 뒤 대책 내용을 다듬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추후 발표 날짜는 미정이다.
정부 해명에도 정부 스스로 정책 혼선을 야기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앞서 정부는 13일에도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대책을 발표하려다 이를 취소하고 박 장관 간담회로 대신한 바 있다. 자칫 전세사기 특별법을 추진 중인 야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지만, 전세사기 피해자 사이에선 "하루가 급한데 대책은 없고 국민적 합의만 내세우는 장관을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반응이 나왔다.
여기에 최근 해외 직구 금지 사태, 고령자 조건부 운전면허 논란 등 섣부른 대책으로 정부가 여론의 역풍을 맞는 일이 잇따르자, 국토부가 이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권대중 서강대 교수(부동산학)는 "대책 내용이 예고된 게 아닌 만큼 시장 혼선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곧 새로운 국회 개원이 예정된 만큼 현실적으로 정부가 어떤 큰 대책을 내놓을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