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취재차 찾았던 '동네 맛집'이 결국 문을 닫았다. 크로플과 아인슈페너로 유명한 가게였는데 '고물가 앞에 장사 없었다'. 폐업 전 사장님을 찾아뵀다. "기사 이후 대면으로, 전화상으로 안부를 묻는 손님이 많았다"고 근황을 전하셨다. "출산을 해서" 또는 "이사를 가서" 발길이 뜸했다며 커피 다량 구매로 미안함을 전한 손님도 있었단다. 나만 아쉬웠던 건 아니었나 보다. 2018년생이 먹기 좋게 미지근한 딸기라테를 만들어주셨던 배려가 특히 그립다.
최근 또 다른 사연을 접하며 '새 출발'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지역의 또 다른 사장님은 권리금을 포기했는데도 가게를 보러 오는 사람이 없어 발을 구르고 있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폐업 이후에도 감당해야 하는 빚이다. 코로나19 소상공인 상환유예 조치가 끝난 시점, 하필 고물가·고금리로 경기가 나빠졌다. 손님이 오지 않는 가게가 빚을 갚으려면 또 다른 빚을 낼 수밖에 없다. "소득이 없어 주택담보대출이 안 나왔다. 기댈 곳은 연 10%대 이자의 카드론밖에 없었다. 불어난 빚이 형을 한계로 내몰고 있다." 그의 동생이 전했다.
두 사장님 이야기는 '1.3'이라는 숫자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던 이유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를 썼던 지난달 25일 아침 '0.3'을 '1.3'으로 잘못 본 것은 아닌지 한참을 보고 또 봤다. 게다가 성장률을 끌어올린 동력이 내수(소비+투자)라니. 본디 통계는 현실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다지만 정도가 심했다. 이후 'S사 새 휴대폰 출시 효과', '해외여행에서의 소비', '하향 수정될 것' 등 현실과 통계의 괴리를 메우려는 주석들이 달린 것을 보면 1.3이 생경했던 건 나뿐만이 아니었던 듯싶다.
반대로 정부는 그날 한껏 고무된 표정이었다. 대통령실과 기획재정부는 각각 기자간담회까지 열었다. 정부가 GDP 설명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대통령실은 "내용 면에서도 민간 주도의 역동적 성장"이라 평가했고, 기획재정부는 "조심스럽다"고 전제하면서도 "민간소비가 바닥을 치고 회복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아닌가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수출과 내수의 균형 성장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지만, 섣부른 축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연간 성장률 전망을 2.6%로 높이면서도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내수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다는 진단을 내렸다.
한국은행은 23일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한다. 1분기 깜짝 성장의 영향으로 연간 GDP는 기술적으로 2% 중반대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GDP 산출 기관으로서 1분기 '서프라이즈'에 대한 구체적 설명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관심은 '그래서 기준금리는 언제 내리나'에 집중될 것이다. 한은이 예상보다 높은 성장·물가 전망을 내놓으면 '인하가 멀어졌다'며 증시가 하락할 것이고, 내수 우려가 여전하다면 '금리가 곧 내리겠구나' 하고 안도 랠리를 펼칠 것이다.
나는 '통계의 이면'에 있는 두 사장님을 기억하려 한다. 정책 책임자라면 그 또한 코로나19,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연쇄충격을 받아내는 이들을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새 출발할 수 있는 기회 정도는 허용돼야 '민간 주도의 역동적 성장'이 지속될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