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성폭행 묘사한 영화' 칸에서 8분간 기립박수… 트럼프 측 "소송할 것"

입력
2024.05.2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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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기 영화 '어프렌티스'
'첫 부인 성폭행' 장면 등 담아
선거 캠프 "명예훼손, 법적 대응"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첫 부인에게 성폭행을 가한 파렴치한으로 묘사한 한 영화가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관객들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해당 영화의 당사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분노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21일(현지 시간)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젊은 시절을 그린 영화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가 전날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경쟁 부문 초청작으로 공개됐다. 영화는 1970, 80년대 그가 뉴욕에서 부동산 사업을 키우는 과정을 담았다. 이란계 덴마크 감독인 알리 압바시가 메가폰을 잡았고,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윈터 솔저' 역으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 서배스천 스탠이 트럼프 전 대통령 역을 맡았다.

영화가 공개되자 칸 영화제 현장에선 관객들의 기립박수가 8분간 이어졌다. 특히 미 대선 정국과 맞물려 올해 경쟁작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화제작으로 거론됐다.


트럼프 전 부인 성폭행 장면 등 불편한 장면 담겨

하지만 영화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 1992년 이혼한 전 부인 이바나 트럼프(2022년 사망)와 말다툼 끝에 그녀를 밀쳐 쓰러뜨리고 성폭행하는 장면이 영화에 담겼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바나는 1990년 이혼 소송 과정에서 이런 주장을 제기한 적이 있고, 당시 이는 미국 주류 사회에 '부부 강간'이란 개념이 등장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이바나는 이후 증언을 번복하고 1993년 해당 주장을 철회했다.

극중 트럼프 전 대통령이 외모 관리를 위해 지방 흡입 시술을 하고 탈모 때문에 두피 시술을 하는 장면도 담겼다. 진위 여부를 떠나 당사자 입장에선 심기가 불편한 장면들이 한둘이 아닌 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선거 캠페인 대변인 스티븐 청은 "이 쓰레기는 오랫동안 거짓말로 밝혀진 것을 선정적으로 다룬 순전한 허구"라며 "악의적인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가짜 영화 제작자들의 노골적인 허위 주장에 대응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감독, 법적 대응 위협에도 의연한 반응

압바시 감독은 의연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바나를 성폭행하는 장면 등을 가리켜 "이 특정한 일은 매우 잘 알려져 있다"며 "도널드(트럼프)팀은 우리를 제소하기 전에 영화를 보기 위해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할리우드에서 제작비를 조달하지 못해 캐나다, 아일랜드, 덴마크에서 투자받았다. 아직 미국 배급사를 찾지도 못했다. 다만 미 대선 2차 토론에 맞춰 9월 중순 개봉을 희망한다고 압바시 감독은 말했다.

조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