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무선통신' 감청한 검사 소환... 검찰, 이달 내 마무리 방침

입력
2024.05.22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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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희준 대검 기획관 무혐의 가닥

세월호 참사 수사 당시 유병언(2014년 사망) 전 세모그룹 회장을 불법으로 감청한 의혹을 받는 검찰 간부가 최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이르면 이달 중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정원두)는 이달 초 엄희준 대검찰청 반부패기획관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 피의자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엄 기획관 외에도 김진태 전 검찰총장, 임정혁 전 대검 차장,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 등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한 당시 검찰 지휘라인 5명도 서면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엄 기획관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유 전 회장의 위치를 추적하기 위해 불법감청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당시 유 전 회장은 검찰 수사를 피해 도주 중이었다. 통상의 방법으로는 소재 파악이 되지 않아, 불법 무전기를 사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엄 기획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중앙전파관리소와 서울전파관리소에 "경기 안성시 소재 금수원(구원파 본산) 주변의 간이무선국(무전기) 간의 실시간 무선통신내용 확인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수사협조 공문을 보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은 "이 같은 검찰의 검거 활동이 불법감청에 해당할 수 있다"며 2019년 4월 고발장을 접수했다.

검찰은 당시 감청이 합법적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전파관리법상 무허가 무선장비 탐지가 가능한 데다, 당시 수사팀은 법원에서 여러 차례 통신·감청 영장을 발부받아 유 전 회장과 측근 등에 대해 적법한 감청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거셀 때라 법원도 감청 영장을 내주는 상황이었다. 엄 기획관은 검찰에 출석해 "유병언 일당의 위치만 특정하려던 것"이라며 "전파관리소의 합법적 권한 내에서 업무 협조를 부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시 유 전 회장 검거 상황과 엄 기획관 진술 등을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조만간 사건을 처리할 방침이다. 이 사건 공소시효(10년)는 다음 달 중순 만료된다. 법조계에서는 불법감청으로 볼 동기나 고의를 찾기 어려운 만큼, 무혐의 처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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