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가 문을 활짝 열었다. 어린이날 시청 및 방청 관객의 연령대를 확장시키면서 미래의 소비자들을 품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KBS‧SBS‧MBC‧tvN 등 출신과 무관한 스타 기용에 방점을 찍었다. 유튜버까지 섭렵하며 확장성을 노렸고 폐쇄적인 분위기를 변화시키는 중이다.
최근 KBS2 '개그콘서트'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방면으로 방안을 모색 중이다. 먼저 코미디언들에게 출신과 무관하게 기회를 건넸고 폭 넓은 연령층의 관객들을 초대했다. 시청률은 여전히 제자리지만 유튜브나 SNS상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25년 동안 전통을 이어온 '개그콘서트'는 휴식기를 끝내고 6개월째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번 시즌에서 유독 달라진 것은 출연하는 이들의 출신이다. 그간 KBS 공채 코미디언들로만 구성됐던 것과 달리 타 방송사 코미디언들까지 아우르는 것이다. 이는 '개그콘서트'가 현존하는 유일한 공개 코미디쇼라는 이름의 무게에서 나온 판단이다. '니퉁의 인간극장' 코너로 인기를 끈 박형민과 김지영은 각각 SBS 15기, 16기 공채 출신이다. 2022년 10월부터 유튜브 채널로 외국인 며느리 니퉁의 일상을 담은 시트콤을 선보였다가 '개그콘서트'로 무대를 옮겼다. 여기에 선배 코미디언 김영희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유튜브와는 또 다른 재미를 가미했다.
이들 외에도 SBS 9기 김진곤·SBS 8기 이정수· MBC 15기 조현민·tvN 출신 박민성 등이 눈길을 끈다. 이들은 모두 '개그콘서트'에서 시작하지 않았지만 현재 각자의 코너를 꾸리면서 웃음을 공략한다. 이와 관련 '개그콘서트' 관계자는 "현재 출연자들은 데뷔한 곳이 다를지언정 시청자들을 웃기겠다는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다"라며 "개그맨들의 출신보다 그들의 열정과 실력이 우선이다. 개그를 사랑하고, 웃음의 가치를 아는 개그맨이라면 '개그콘서트'의 문은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도전으로는 무편집 영상 공개가 있다. 제작진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녹화 영상을 편집 없이 공개하면서 방송으로는 느끼지 못했던 풀버전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21일 기준 유튜브 채널 구독자 43만 명대를 기록했고 인기 코너인 '데프콘 어때요' 영상들은 조회수 200만 회를 넘겼다.
아울러 지난 5일 방송한 KBS2 '개그콘서트' 1,074회는 어린이날 특집으로 꾸며졌다. 이날 '개그콘서트'는 역사상 처음으로 시청 등급을 전체 관람가로 조정하고, 누구나 볼 수 있는 현장을 만들었다. 어린이 관객들은 '말자 할매' 김영희에게 '강아지를 입양하고 싶은데 엄마가 안 된다고 해요', '일찍 자는데 늦게 일어난다', '동생이랑 자꾸 싸워요' 등 순수함이 느껴지는 고민을 털어놨고, 김영희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해결책을 제시해 가족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 어린이날 특집을 위해 10년 만에 부활하는 코너도 있을 정도로 제작진은 진심을 다했다. 이재현 PD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출연자들에게 제약을 주다 보면 한계선을 긋거나 상상력에 압박을 줄 수 있기에 녹화할 땐 최대한 열어주고 찍는다. 그중에서 또 관객들한테 크게 반응을 얻었는데 방송에 못 내는 것들이 있다. 연출자 입장에서도 대중이 좋아할 것이 분명하다. 출연자들이 혼신을 다해서 짰고 재미가 보증됐을 때 아깝다. 그래서 유튜브를 통해 방송의 제약을 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어린이날 특집 기획에 대해선 "출연자들 반응이 다 좋았다. 또 하자는 요청도 쇄도했다. 1차적으로는 코미디언들한테는 큰 도전이었다. 초등학생들을 염두에 두고 개그를 하게 되면 제약이 걸린다. 내부 규율상 전체 관람가를 하려면 영어를 못 쓴다든지 응징의 터치가 안 된다. 그런 부분에서 챌린지가 있었지만 도전을 해냈고 어린이 친구들이 좋아해 주니까 너무 좋았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어른들이 웃는 것도 좋지만 아이들이 좋아해 주는 모습은 또 다른 카타르시스를 준다고 말씀을 해 준 출연자도 있다"라고 언급했다.
당시 방청 신청자만 무려 5,200명을 기록했다. 뜨거운 반응이 나온 만큼 단발성 기획으로 그치지 않을 예정이다. 제작진은 이번 어린이날 특집 이후 1년에 한 번씩이라도 하자는 논의를 가졌다. 이 PD는 "관객들의 바람들이 해소가 되는 모습을 보면서 수신료의 가치를 전하려고 한다"라고 의미를 되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