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김건희 대통령" 등 출연자 발언을 내보낸 MBC 라디오 프로그램을 징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뇌물 20억 원 수수 사진이 공개 당일 가짜임이 밝혀졌는데도 의혹이 실재하는 것처럼 보도한 종합편성채널들의 보도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
방심위는 21일 서울 양천구 방심위 대회의실에서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고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2023년 3월 29일 방송)에서 출연자들이 "권력 서열 1위가 김건희 여사", "김건희 대통령, 윤석열 영부남"이라고 언급한 것은 김 여사가 대통령실 인사를 주도하는 것처럼 조롱·희화화한 것이라며 경징계인 행정제재(권고)를 의결했다. 이 프로그램이 환경부의 4대강 보 활용 방침에 대해 대담하면서 4대강 사업을 녹조 발생 원인으로 단정한 것 등에 대해서도 '권고'를 내렸다.
반면 조직폭력배가 이재명 대표에게 20억 원을 건넸다는 의혹을 보도한 종편 4사(TV조선·채널A·JTBC·MBN, 2021년 10월 18일 방송)의 프로그램에 대해선 '문제없음'을 의결했다. 이 방송사들은 경찰 출신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대선을 앞두고 경기도 국정감사장에서 "조직폭력배 박철민씨가 이 대표에게 준 뇌물"이라며 돈다발 사진을 공개한 것을 보도했다. 뇌물과 관련 없는 사진이라는 사실이 반나절 만에 밝혀졌고, 지상파 방송사들은 "엉뚱한 사진"이라고 보도했지만 종편의 보도는 달랐다. 박씨는 허위사실 유포로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의혹을 제기한 김 의원은 면책특권에 힘입어 처벌을 피했다.
여권 추천 방심위원들은 긴 토론 없이 종편 보도에 대해 '문제없음'을 의결했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국감장에서 의원이 한 공적 발언을 인용 보도했고 현장에 있었던 이 대표 반응도 보도해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권 추천 윤성옥 방심위원은 류 위원장의 심의 기준이 지난해 11월 '김만배-신학림 녹취록'을 인용 보도한 MBC 등에 역대 최고액의 과징금을 부과할 때와는 전혀 다르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류 위원장은 당시 "전언을 통한 간접 취재라면 진위가 확인될 때까지 보도를 유보하는게 당연하다"며 "방송사들이 해당 녹취록에 대한 전문 입수 등 조작 여부 확인에 필수적인 사실 확인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종편 보도에는 이 기준을 적용하지 않은 데 대해 윤 위원은 "너무 쉽게 문제없음 결정이 나와서 당황스럽다"고 비판했다. 윤 위원만 행정제재(의견제시) 의견을 내고 여권 추천 위원들은 모두 '문제없음'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