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상대로 체포영장을 청구한 카림 칸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장이 20일(현지시간) "법 위에 있는 사람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동맹국인 미국까지 나서 거세게 반대했는데도, 팔레스타인 민간인 학살 책임을 묻기 위해 네타냐후 총리를 반드시 붙잡아 국제 형사법정에 세우겠다는 태세다.
칸 검사장은 이날 미 CNN 방송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인질을 데려올 권리와 의무가 있는 게 당연하지만 그런 행위는 반드시 국제법을 준수하면서 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앞서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에 대해 가자지구에서 자행된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형사적 책임이 있다며 ICC 전심재판부에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동시에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야히야 신와르 등 지도부 3명도 몰살, 인질 납치, 성범죄 등 혐의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지난해 10월 7일 기습 공격으로 먼저 전쟁범죄를 저지른 건 하마스지만, 이에 대해 보복하겠다는 명분으로 민간인 희생에 눈감고 가자지구 폭격 등을 벌인 이스라엘 지도부 역시 다를 바 없다고 본 결정이다.
칸 검사장은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몰살을 부르고 인도주의 구호물자 공급을 차단한 것을 비롯해 굶주림을 전쟁 도구로 삼으며 전쟁에서 고의로 민간인들을 표적으로 삼았다"며 "하마스 전투원들에게 물이 필요하다고 해서 가자지구 민간인 전체에게 가는 물을 차단하는 것은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ICC가 국제사회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의 동맹국 정상을 수배하려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CNN은 전했다. 영국 법조인 출신 칸 검사장은 지난해 3월 ICC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기도 하다.
1998년 유엔이 채택한 로마규정에 따라 설치된 ICC는 반인도적 범죄와 전쟁 범죄를 저지른 개인 등을 기소할 권한을 갖는다. 자체 경찰력은 없어도, 영장을 발부할 경우에는 소속된 124개 회원국이 이를 집행해 네덜란드 헤이그의 ICC 본부로 인도할 수 있다. 영장을 청구했다는 사실만으로 네타냐후 총리가 국제적으로 고립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자신에 대한 영장 청구를 놓고 "신반유대주의"라며 "수치스럽다"고 반발했다. 이스라엘은 미국, 러시아와 등과 마찬가지로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ICC에 관할권이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