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코미디 소속 피식대학 팀이 뼈아픈 실책으로 나락에 빠졌다. 유튜브 콘텐츠로 백상 무대 위까지 올랐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명예가 얼룩지고 있다.
피식대학은 지난 11일 올린 '메이드인 경상도 영양군 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피식대학은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 부문 작품상을 수상하며 전성기를 맞이했으나 이번 사태로 인해 인기에 급제동이 걸렸다. 해당 영상에서 멤버들은 영양군의 백반집과 제과점 등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노골적으로 음식을 평가했고 "메뉴가 특색이 없다" "서울 집에서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할머니 맛이다" 등 도를 넘은 발언을 이어갔다. 현재 이 영상은 비공개 처리됐다.
피식대학 유튜브 채널 측은 긴 침묵을 깨고 논란 이후 7일 만에 입을 열었다. 먼저 피식대학 멤버들은 사과문 게시가 늦었던 이유에 대해서 "이번 일과 관련된 당사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직접 드리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라면서 해명부터 했다.
'메이드 인 경상도'는 이용주의 지역 정체성을 소재로 한 코미디 콘텐츠다. 이들은 "한적한 지역이라는 콘셉트를 강조해 촬영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표현들을 사용했다"라면서 경솔한 표현을 사용한 것을 인정했다. 논란 이후 멤버들은 해당 영상에 등장한 제과점, 백반식당에 직접 방문해 사과했다는 설명이다. 앞서 두 가게의 사장이 언론 등을 통해 불편한 감정을 호소한 것을 의식, 사장과 나눈 대화를 공개했다.
또 영양군민, 영양에서 근무 중인 공직자와 한국전력공사에게도 사과했다. 논란이 불거진 직후 오도창 영양군수는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를 통해 "여기도 사람이 사는 곳인데 이번에 영양이 갑자기 사회적 이슈의 한복판에 섰다"라면서 불편함을 토로했다. 오 군수는 "저희 지역이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마지막 남은 숨겨진 보물임에도 마치 영양군이 현대문명과 비뚤어진 곳으로 알려지게 됐다"며 "아무리 코미디 프로지만 부정적 이미지로 군민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또 지역을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내용으로 방송 소재를 다룬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이를 의식한 듯 피식대학 측은 영양군청에 접촉했으나 현재까지 별다른 해결 방안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사과문 말미 피식대학 멤버들은 "코미디언의 사회적 역할을 다시 한번 되짚어보도록 하겠다. 좋은 코미디를 만들기 위해 그간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아직 부족한 것 같다"라며 과오를 돌아봤다.
이는 지상파 예능들이 추구하는 선한 영향력과 동떨어져있다. 가령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죽어가는 골목을 살리고, 이를 새롭게 리모델링하는 과정을 담는 '거리 심폐 소생 프로젝트'를 그린 프로그램으로 지역 상생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대표적인 예시로 예산 시장이 있다.
백종원을 포함, '골목식당' 제작진은 골목 상권 사장들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고 1회성이 아닌 장기적 운영을 논의하곤 했다. '골목식당'과 피식대학의 차이점이 지상파와 유튜브 채널의 간극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콘텐츠의 영향력을 인지하고 활용하는 제작진의 가치관 차이가 야기한 결과일까. 지상파들이 꾸준히 지역 농어가부터 각종 상권 활성화를 주제로 삼는 예능을 내놓는 것은 웃음보다 큰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위근우는 "지역의 성격을 콘텐츠 일부로 담아내더라도 웃음의 포인트는 그 지역 성격에 적응하지 못하는 피식대학 출연자의 자기 희화화여야 했다"며 "이번 콘텐츠는 나쁜 코미디다. 그렇다면 왜 나쁜 코미디인지에 대한 비판적 근거를 대중의 불쾌함이 아닌 콘텐츠 내적 요소에서 발견해 내야 한다"라고 소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언제부터 무례와 혐오, 비하가 웃음의 기원이 됐을까. 그룹 아이브의 장원영부터 잭블랙 손흥민 손석구 강동원 박재범 등 이름난 톱스타, 셀럽들이 출연하는 채널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행보가 안타까움마저 자아낸다.
이 사건으로 피식대학은 비호감 이미지를 얻었다. 코미디언들이 주축이 된 채널에게는 타격이 클 터다. 20일 시점 약 10만 명대의 구독자가 빠졌지만 아직까지 300만 명을 유지하고 있기에 피식대학에게는 마지막 기회가 남았다. 비판 여론을 수렴하고 늦게나마 사과문을 게시,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힌 피식대학이 과거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