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역에서 공습을 퍼부은 19일(현지 시간) 미국의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스라엘을 찾아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에서의 전면전을 다시금 만류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측은 라파 주민들이 대거 피란을 떠나 괜찮다며 여전히 라파 지상전 방침을 고수하는 태세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역에서 폭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팔레스타인 측 가자지구 보건 당국은 이날 이스라엘 공습으로 최소 28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으며, 이들 중 대부분은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 공습으로 희생됐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군(IDF)은 대규모 난민 수용소가 조성된 가자 북부 자발리아로도 깊숙이 진입했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도 "이날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 중부 누세이라트, 남부 칸유니스와 라파에서 이스라엘 공습이 보고됐다"고 전했다. 특히 가자지구 북부에서 IDF는 마지막으로 운영되던 의료시설 중 한 곳인 알아우다 병원을 포위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같은 날 미국은 이스라엘에 라파 진격을 다시금 만류했다. 이날 설리번 보좌관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난 후,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설리번 보좌관은 라파에 대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오랜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피란민이 밀집한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서의 지상전을 민간인 대규모 살상 우려로 반대해 왔다. 이날도 설리번 보좌관이 라파에서 전면전 대신 하마스를 표적으로 한 작전만 진행하도록 이스라엘을 압박했을 것이라고 로이터는 예상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여전히 라파 지상전을 고집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한 이스라엘 관리는 회담에 앞서 미국에 라파 진격의 필요성을 다시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12일간 라파에서 팔레스타인인 절반가량이 대피해 미국의 우려가 누그러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필립 라자리니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기구(UNRWA) 집행위원장은 지난 18일 엑스(X)에서 "다시 한번 라파 인구 절반에 가까운 80만 명이 이동 중"이라고 밝혔다. 라파로 몰려든 피란민은 140만 명 수준으로 알려졌는데, 이들 중 절반이 또다시 피란에 나섰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수십만 명이 라파에 남아 있을뿐더러, 거듭 피란길에 오르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라자리니 위원장은 "가자지구 사람들이 '안전한', '인도주의적'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주장은 거짓"이라며 "민간인의 생명은 매번 심각한 위험에 처한다. 가자지구에는 안전지대가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