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MBTI) 테스트가 인기다. 최근엔 인기가 지나쳐 과도하게 맹신하는 부작용도 있는 모양이다. 요즘 일부 학원가에서는 MBTI 유형별 반 편성이 인기라는 얘기에 아연실색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신은 디테일에 있다”고, 기후행동 전략에도 이런 디테일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이제까지의 칼럼에서도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생각보다 많고 복잡하며, 기후행동도 마찬가지이므로 책임감이나 사명감에 치중한 단편적인 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줄곧 강조했다.
더욱이 성격은 기후행동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이다. 오랫동안 기후행동의 심리적 요인으로 주목한 것은 주로 환경친화적 가치관과 태도이다. 물론 생태환경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느끼고 존중하는 사람이 친환경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타당하고 오랜 연구로도 검증됐다. 그런데 환경친화적 가치관과 태도를 형성하고 나아가 행동으로 이어지는 데에도 특정한 성격이 긍정적 혹은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연구도 있다.
성격과 기후행동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는 주로 빅(Big)5 성격 이론을 토대로 이루어졌다. 빅5 이론은 인간의 성격을 외향성, 개방성, 성실성, 친화성, 신경증의 5가지 요인으로 설명한다. 기후행동과의 상관관계를 보면, 개방성과 친화성이 두드러질수록 기후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개방성은 다른 존재에 대해 마음이 열린 정도이고, 친화성은 공감과 연민을 의미한다. 다른 사람뿐 아니라 자연생태와의 유대감도 발달해 친환경적 태도나 가치관 형성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자기통제 능력이 뛰어난 특징을 보이는 성실성이 높은 사람들일수록 한번 기후행동 기회가 주어지면 중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최선을 다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반면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감정 기복이 크고 스트레스를 잘 받는 신경증적 특성인데, 기후행동은 아무래도 힘들고 귀찮은 만큼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몇 년 전 저탄소 식생활 캠페인을 하던 중 사람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는 콘텐츠로 ‘고기 줄이기에 유리한 성격이 따로 있다’는 주제의 동영상을 제작한 적이 있다. 연구소 동료들과 직접 빅5 성격 테스트를 하고, 각자의 채식 도전기를 이야기했는데 생각보다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다.
호기심이 많고 적극적이며 '개방성'이 높은 유형인 한 동료는 새로운 음식에도 ‘호기심이 많아’ 유행하는 채식 식당을 찾아가며 채식에 관심이 높아졌다고 했다. 한편 평소 채식에 관심이 있으나 3일을 넘기지 못해 한탄하던 다른 동료는 테스트 결과 ‘신경증적’ 성향이 높게 나온 것을 보고 이유를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나아가 개방성이 높은 동료는 꾸준히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채식을 꾸준히 경험하고, 신경증적 동료의 경우 ‘내일부터 당장 고기 끊기’라는 과도한 목표 설정은 자제할 것 등의 ‘셀프 솔루션’도 내릴 수 있었다.
다음 칼럼에도 이번에 소개한 빅5 이론 외에 기후행동과 상관관계를 보이는 다른 성격 요인에 관한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할 예정이다. 단 노파심에 걱정 한 가지를 보탠다. ‘나는 원래 기후행동은 못 하는 성격’이라는 새로운 변명이 등장하지는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