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커턴 전미탐정사무소는 스코틀랜드 이민자 앨런 핑커턴이 1850년 설립했다. 부릅뜬 눈동자 아래 “우리는 잠들지 않는다(We Never Sleep)”란 사훈(社訓)을 새긴 로고처럼, 그들은 19, 20세기 미국 역사의 복잡한 퍼즐 곳곳에 흔적을 남겼다.
그들은 남북전쟁 전시 군사정보기관으로 활약했고, 전후 요인 경호와 시설-열차 경비를 도맡았다. 조직적인 현상금 사냥꾼으로 이름을 날렸고, 19세기 말 도금시대엔 홈스테드 철강 파업 와해 등 구사대 노릇도 했다. 핑커턴은 국토안보부 비밀경호국의 전신이었고 FBI의 원조였다. 범죄자 사진과 신체 특징, 가명, 활동무대, 범행수법 등을 모은 ‘로거 갤러리(Rogues’ Gallery)’를 본떠 FBI 국가범죄정보센터(NCIC)가 만들어졌다.
1842년 앨런 핑커턴이 술통(barrel)을 만들던 시절, 일리노이주의 한 섬에 나무를 구하러 갔다가 범죄자들의 은신처를 우연히 발견해 보안관과 함께 급습한 데서 시작됐다는 이력처럼, 핑커턴 사무소의 본업은 그래도 사설탐정이었다.
미국 형사-사법 역사상 최초로 1856년 여성 탐정 케이트 워른(Kate Warne, 1833~1868)을 채용하기도 했다. 변장-위장의 달인이었다는 워른은 취임식을 앞두고 워싱턴DC를 향해 야간열차로 이동하던 에이브러햄 링컨 당선자의 여동생으로 위장, 열차에 동승해 근접 경호하며 암살 위기를 모면한 일로 유명하다. ‘하드 보일드’의 원조 새뮤얼 대실 해밋(Samuel Dashiell Hammett, 1894.5.27~1961.1.10)도 핑커턴 출신. 14세에 학교를 중퇴, 막노동을 하던 그는 21세 때인 1915년 핑커턴에 입사, 1차대전 참전-휴직기를 빼고 22년까지 강·절도와 감시-보안 업무를 주로 맡았고, 퇴사 이듬해 10월 데뷔작인 콘티넨털 탐정 시리즈 첫 단편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