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이나 국립미술관 등에 가려 여행자의 관심을 거의 끌지 못하지만 미국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주 실버스프링에 국립보건의학박물관(NMHM)이란 곳이 있다. 남북전쟁 중이던 1862년 미 육군(북군)이 부상병 응급의료 처치 사례 등을 연구해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만든 ‘육군의학박물관(AMM)이 그 전신이다. 박물관 측은 야전병원을 누비며 의학적 분석이 필요한 시신 등을 선정, 기증 절차를 거쳐 사진과 장기 등을 모았다. 그렇게 수집-연구된 성과는 1870~83년 야전 응급의료의 바이블로 꼽히는 ‘반란(남북전쟁)전쟁의 의학 및 수술의 역사’란 6권의 책으로 출간됐다. 이후 세계대전 등 여러 전쟁이 잇따르면서 AMM은 1989년 현재 명칭으로 변경됐다.
NMHM에는 5,000여 본의 인체 골격 표본과 8,000여 개의 각종 장기, 1만2,000여 개의 의료 장비 등 약 2,500만 개 표본을 보유, 그중 일부를 일반인에게 전시한다. 현충일인 ‘메모리얼데이(5월 마지막 주 월요일)’가 포함된 5월에는 평소에는 보기 힘든 특별한 소장품들을 전시하기도 한다. 1959년 미항공우주국 로켓에 실려 우주를 다녀온 원숭이 에이블(Miss Able)의 골격, 후두암으로 사망한 18대 대통령 율리시스 그랜트의 종양, 에이브러햄 링컨을 암살한 총탄과 두개골 파편도 있다. 2000년 5월 21일 특별전 ‘Out of the blue cabinets’의 전시 마지막 날에는 1881년 9월 19일 암살당한 미국 20대 대통령 제임스 가필드의 척추뼈가 전시됐다. 첫발은 팔을 스쳤지만 두 번째 총탄은 췌장 아래 박혔고, 그는 80일 뒤 패혈증 등 합병증으로 숨졌다. 박물관 측은 당시 의료진이 금속 탐지기로 두 번째 총탄을 찾지 못한 채 여러 가지 부적절한 시술을 시행함으로써 그의 죽음을 앞당겼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어떤 삶은 죽음으로도 인류에 기여한다.